복지부 이중규 과장, 중증진료 강화 시범사업 취지 밝혀 경증환자 감소율만 평가…협력기관과 네트워크도 기대
보건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외래를 줄이는 만큼 보상해주는 사업을 추진한다. 이름하여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
상급종합병원이 외래 환자 비율을 시범사업 첫해 5%, 2차년도 10%, 3차년도 15% 줄이면 보상한다는 게 핵심이다. 앞서 상급종합병원의 경증환자 의뢰·회송 사업에서 한단계 발전한 모형으로 의료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가 계획 중인 이번 시범사업은 앞으로 어떻게 추진될까.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는 지난 22일, 복지부 이중규 과장(보험급여과)과 간담회를 갖고 이번 시범사업의 취지와 향후 추진 계획을 들어봤다.
이중규 과장은 이번 시범사업의 취지는 대형병원의 경증환자 쏠림 고리를 끊고 중증진료에 집중하는 의료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강력한 정부가 의도가 담겨 있다고 했다.
시범사업 내용은 간단하다. 외래환자를 줄이는 만큼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가 제시한 최소 감축기준은 15%.
하지만 국내 상급종합병원의 큰 축을 차지해온 외래를 하루아침에 15%로 감축하려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점에 대해 이 과장도 적극 공감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병상확보에 경황이 없는 상급종합병원들이 외래까지 감축할 여력이 있을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이중규 과장은 그럼에도 이를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현재의 의료전달체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시범사업이 정부가 보내는 정책적 시그널로 생각해 주길 바란다"라면서 정부의 방향성은 분명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이중규 과장과의 간담회 내용을 일문 일답 형태로 정리한 내용이다.
Q: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의 핵심이 뭔가?
A: 간단하다. 경증환자를 얼마나 줄였는지 여부만 볼 생각이다. 기존에는 상급종합병원 중증도 기준을 뒀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경증환자 비율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중증환자 비율은 상승할 것이라고 본다.
경증환자를 줄이면 그에 따른 적자가 예상되니 그 부분을 정부가 별도 예산을 투입해 손실이 없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상급종합병원은 외래환자를 줄이면 보상을 받을 수 있고, 협력의료기관도 해당 상급종합병원의 성과 지표와 연동해 보상 수준이 결정된다.
문제는 상급종합병원에 내원할 환자가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동해 진료를 받게 될 테니 그 부분도 추가 재정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시범사업 예산을 상급종합병원 지원금 이외 추가 재정을 잡아뒀다.
만약 경증환자가 동일 지역 특히 수도권 내 상급종합병원간 이동을 하면 이번 시범사업 취지가 퇴색될 수 있어 그런 일이 없도록 설계를 잘 해야할 것 같다.
Q: 외래환자 감축률 15%라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최대 감소량 수준이다. 이를 수용할 수 있겠나.
A: 물론 힘들 것이고, 시범사업이 작동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당장 외래를 줄인다고 하면 병원 내부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아마도 첫해 외래환자 15% 감축하는 병원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그럼에도 협력병원간 네트워크는 남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최근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당초 내년 10월 시행할 계획을 늦춰서 23년 상반기로 변경했다. 이후에도 준비 과정에서 늦어질 수 있다. 하지만 방향성은 분명하다.
Q: 이미 복지부가 추진 중인 경증환자 쏠림 개선 방안(환자 의뢰-회송제도)이 진행 중이다. 어떤 차이가 있나.
A: 그렇다. 지금의 경증환자 의뢰-회송 제도와 유사하다. 하지만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지금은 환자를 회송하고 수가를 청구하면 끝이다. 그 과정에서 환자는 없다. 이를 보완하려는 것이다. 해당 상급병원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협력의료기관으로 보내면 평상시 환자를 진료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패스트 트랙을 밟아 내원 혹은 입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이번 시범사업의 시작점은 2019년 의료전달체계 단기대책이다. 당시 중증 관련 내용에 외래 경증환자 쏠림 현상에 대한 대책 마련을 명시했고 오랜 시간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 이번 시범사업이다.
Q: 지금의 의료체계와 다르다. 환자가 의원급에서 상급병원으로 이동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데 이는 상급병원에서 의원 혹은 병원급으로 내리는 방식이다. 여기에 변화를 주는 것인가.
A: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실제로 30여년간 한국은 의원급에서 상급병원으로 이동하는 방식(botton-up)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 의료체계에선 환자의 선택권이 열려있다 보니 의료전달체계를 잡기 힘들었다. 그래서 반대로 탑다운(top-down)방식도 시도해보자는 것이다. 기존 제도를 뒤집는 게 아니다. 이를 유지하면서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의료전달체계를 바꾸는 노력도 해보자는 것이다.
Q: 환자들 입장에선 선택권이 축소된다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 보인다.
A: 의뢰로 그렇지 않더라. 실제로 건정심에 참석한 환자단체 측 관계자는 이번 시범사업을 적극 지지했다. 가령, 대표적 중증환자인 암 환자만 해도 대형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에는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 다시 수술 받은 상급병원으로 신속하게 갈 수 있는 시스템을 원했다.
환자 입장에선 의료쇼핑을 하기도 하지만 집 근처에 믿을만 한 병원이 있다면, 그리고 평소 자신이 진료받은 기록이 필요시 네트워크가 구축된 상급병원으로 전원조치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을 원하는 것 같다.
Q: 협력의료기관 즉 네트워크를 많이 구축할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이 유리할 수 있어 보인다.
A: 그럴 수 있다. 실제로 지역 내에서 역사가 오래된 상급종합병원들은 네트워크를 활용하려는 계획을 세우는 것 같다.
병원 실무자들은 외래를 15%까지 줄이면 병원 경영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정부의 정책적 방향이다. 어차피 해야 한다면 보상을 받으면서 주도하는 편이 긍정적이라고 본다.
Q:기존 외래를 감축하고 입원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인력 이동이 클 것이라고 본다. 이에 대한 보상도 필요해 보인다.
A: 외래를 줄이면 그만큼 보상할 테니 그 예산으로 인력을 채용하라는 게 정부의 취지다. 병원 측은 전공의 수련을 거듭 언급하는데 이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한 협력의료기관과 연계하면 해결된다고 본다. 이비인후과 등 일부 경증질환 비중이 큰 전문과목에서 수련이 제대로 안될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1,2차 의료기관 수련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기회에 전공의는 이제 인력이 아니라 피교육생으로 인식전환이 확실하게 이뤄져야한다고 생각한다.
Q: 당장 내년 1월 공모를 시작한다. 상급종합병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A: 현재 의료계는 종별과 무관하게 외래환자를 유치하고자 무한경쟁을 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경쟁할 것인지 고민해볼 때가 됐다고 본다. 이제 상급종합병원은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경증환자를 협력의료기관으로 보내고, 중환자 진료에 집중해 입원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정부의 정책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