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항바이러스제 승인 문턱…본격적 경쟁 구도 구축 처방 중증도·안전성 등 품목 편차…항바이러스제 변이 대응력↑
렘데시비르, 렉키로나주에 이어 팍스로비드 등 코로나19 치료제가 출시되거나 승인 절차에 들어가면서 치료제별 효능, 부작용과 같은 '차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각 치료제의 작용 기전이 달라 부작용 및 변이에 대한 효과까지 편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 전문가들은 여러 치료제가 출시돼 허가 사항 내 용법 용량, 적응증 등 옵션이 많아질수록 증상에 따른 치료 개별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24일 의약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미국 화이자사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긴급사용승인 검토에 착수하는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치료제가 승인 문턱에 다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값싼 스테로이드 염증약인 덱사메타손이 증상 완화용 대증요법에 사용되고 있는 상황. 또한 임상을 거쳐 코로나19 치료제 정식 승인된 품목은 렘데시비르와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가 두 품목이 있다.
품목에 따라 식약처의 허가 사항도 다르다.
본래 에볼라 항바이러스제로 개발중이던 렘데시비르는 중간에 코로나 치료제로 '약물재창출(용도변경)'된 케이스다. 감염자 중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반면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는 경증~중등증의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특히 항체 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 혈액 내 중화항체를 선별, 대량 생산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변이 발생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치료제라는 같은 카테고리에 묶여있지만 경구형과 주사로 투약 방법이 다르고 중등도별 처방 가능 환자, 부작용, 변이 대응력까지 환자별 최적 약제는 개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도 팍스로비드 긴급 사용을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지만 미국, 유럽 등지에선 몰누피라비르, 제부디, 키너렛 등 국내보다 다양한 옵션들이 등장해 치료의 폭을 넓히고 있다.
▲효과, 대상 환자, 부작용까지 치료제별 '성적표'
방역 지침, 사회보건 환경, 약제 수급 상황 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각 나라들의 코로나19 치료제 긴급사용승인 및 허가 품목은 편차가 존재한다.
주요 품목을 살펴보면 항염증제로는 덱사메타손, 항체치료제는 렉키로나주, 리제네론사의 항체칵테일과 소토르비맙이 있다. 항바이러스제는 렘데시비르, 면역조절제는 악템라가 있다.
투약 방식에 따라서는 경구용 알약 형태의 팍스로비드와 몰누피라비르가 있고, 주사제 형태에는 경구제를 제외한 대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기허가된 주사제 렉키로나주는 올해 8월 호주에서 새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고 흡입형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덱사메타손은 인공호흡기 사용 기간을 줄이고 중증 환자와 위독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의 일종이다.
영국에서 진행된 중증 입원 환자 대상 임상 결과 인공호흡기 환자의 경우 사망률이 약 1/3 감소하고 일반 환자의 경우 사망률이 약 1/5 감소했다. 다만 감염 초기 사용 시 면역을 억제해 오히려 바이러스 증식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중증 환자에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미국이 작년 10월 정식 승인한 렘데시비르는 국가별 인정 현황이 다르다. WHO는 코로나19 입원 환자에 렘데시비르, 히드록시클로로킨,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인터페론을 투약해도 28일 사망률이나 증상 완화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 국립알레르기 및 전염병연구소(NIAID)에서 주도한 임상시험 결과에선 보조산소가 필요한 중증 입원환자에서 치료기간을 5일 단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종 신약 렉키로나주도 효과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임상 2상에서 렉키로나주는 임상의 주요 목표(1차 평가 지표)인 바이러스 음성 전환율이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 못했다.
반면 식약처는 3상에서 렉키로나를 투여한 경증, 중등증 환자 중 고위험군 446명에서 중증으로 이환되는 비율이 위약(434명) 대비 72% 감소했고, 임상적 회복 기간도 위약(12.3일)대비 4.12일 단축됐다는 점을 근거로 9월 정식 허가했다.
렉키로나주의 효능·효과는 '60세 이상이거나 기저질환(심혈관계 질환, 만성호흡기계 질환, 당뇨병, 고혈압 중 하나 이상)을 가진 고위험군 경증'에서 '코로나19 고위험군 경증과 모든 중등증 성인 환자의 치료'로 확대됐다.
항체치료제는 그 특성상 변이에 대응이 어렵다는 우려가 있다. 렉키로나주의 경우 델타 변이에선 효과가 관찰되지만 다양한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서 무력화됐다는 점을 감안, 국립보건연구원 국립감염병연구소가 비임상 수준에서 효과를 평가할 예정이다.
▲알약 치료제 경쟁…효과는 팍스로비드 '승'
FDA는 22일과 23일 각각 팍스로비드와 몰누피라비르를 사용 승인했다. 두 약제 모두 경구로 복용하는 알약 형태지만 효능에선 팍스로비드가 판정승을 거뒀다. 식약처는 현재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을, 팍스로비드는 사전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팍스로비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단백질 분해효소(3CL 프로테아제)를 억제해 바이러스 복제에 필요한 단백질 생성을 막아 증식을 억제한다. 사용 대상은 감염 시 입원 고위험군 성인과 12세 이상 소아 환자, 기저질환자다.
2/3상 임상(EPIC-HR)의 중간 분석 결과 증상 발현 사흘 내 치료제를 투여할 경우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이 89% 감소했다. 또 28일까지 입원한 환자 비율은 팍스로비드 투약군이 0.8%(3/389명)에 그친 반면 위약군은 7%(27/325명)로 뛰었다.
증상 발현 후 5일 이내 치료받은 환자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팍스로비드 투약군의 입원 환자 비율은 1.0%(6/607명)였지만 위약군 6.7%(41/612명)였고, 투약군의 입원 또는 사망 감소 효과는 85%였다. 동물실험에서 태아 영향이 관찰돼 임산부에 사용이 금지됐다.
한편 몰누피라비르는 이보다 떨어지는 효과를 보였다. FDA가 제시한 약제 사용군은 18세 이상 경증~중등도의 코로나19 감염자로 노령 및 비만, 심장질환자 등 고위험군을 포함해 입원 가능성이 높은 경증 환자가 이에 해당한다.
18세 미만 청소년에선 뼈의 발육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금지됐고 임산부는 기형아 출산 우려로 사용이 금지됐다.
몰누피라비르 3상 임상은 입원하지 않았거나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성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후 증상이 시작된 5일 이내 약물을 투약해 안전성과 효과를 살폈다.
경증~중등도를 가진 대상자들은 한 가지 이상의 중증 증상 발현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었는데 위약군, 약물 투약군 모두 특성은 비슷했다.
중간 분석에서 29일까지 모든 원인으로 인한 입원이나 사망은 위약군 377명 중 53명 (14.1%) 발생한 반면 몰누피라비르 투약군에서는 385명 중 28명(7.3%)이 발생해 위험이 47.2% 낮아졌다.
참가자들을 무작위화해 분석하거나 하위 분석을 해도 비슷한 효과가 관찰됐다. 29일까지의 입원 또는 사망률은 몰누피라비르 투약군이 6.8%, 위약군이 9.7%로 나타나 몰누피라비르 투약 시 29.9% 위험 감소가 나타났다.
▲변이에 쓸만한 치료제 찾아라…항바이러스제 역할론 '부상'
2019년 12월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년간 수 많은 변이로 분화했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에 이어 전파력이 강화된 오미크론이 등장, 내년 초 우세종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특성상 지속적인 변이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이런 경우 기존 임상이 담보했던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무력화될 수 있다.
실제로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타겟으로 개발된 백신들은 변이에 따라 들쭉날쭉한 예방률 효과를 보이며 신뢰도가 하락한 바 있다. 완치자의 항체를 활용하는 항체치료제 역시 변이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하지 않는 팍스로비드, 몰누피라비르와 같은 항바이러스제가 변이 발생에서도 일정 효과를 담보하는 구원투수로 부상하고 있다. 바이러스를 직접 상대하는 것이 아닌 바이러스 증식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를 차단하기 때문에 변이 여부와 상관없이 효과를 나타낸다.
항체치료제 중에서도 일부 약제는 변이가 발생하지 않는 바이러스 부위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치료 효과를 제고하고 있다.
몰누피라비르 임상을 진행한 연구진은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 유도 단클론 항체 치료 방식(항체치료제)과 달리 항바이러스제 몰누피라비르는 변이에도 일정한 효과를 가진다"며 "기전 상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의 돌연변이와 무관하게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우주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리제네론, 릴리, GSK 등 다양한 제약바이오업체들이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했다"며 "품목에 따라 변이 대응 효과는 달라 변이가 지속적으로 나온다면 약물의 경쟁력 및 활용도에 변이 대응력도 주요 관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항체치료제가 변이에 취약하지만 그중 소트로비맙은 변이 부위에 결합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된다"며 "일부 항바이러스제의 임산부 복용이 금지됐지만 이는 성인, 소아, 임산부로 확대되는 안전/유효성 평가 단계에 따른 것으로 항바이러스제는 독성이 있다는 확정적 평가는 아니기 때문에 우려하긴 이르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내외에서 다양한 치료제들이 허가 절차에 들어갔거나 승인되고 있는데 각 치료제에 따라 사용 대상, 효과, 부작용 등이 다르다"며 "신약의 허가는 감염병에 사용할 무기가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병을 제어하기 위한 백신과 치료제 두 체계의 확립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