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내년부터 심평원 부서와 동일하게 명칭 바꿔 운영 고가약 재정 이슈‧제네릭 재평가 '명분'으로 업무 더 커질 듯
약제관리실. 올해까지는 신약 등재와 건강보험 적용 타당성, 급여기준 설정‧재평가를 전담하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 전담 부서의 명칭이었다.
하지만 내년부터 '쌍둥이' 기관으로 평가되는 국민건강보험공단도 동일한 명칭으로 의약품 전담 부서를 운영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내년부터 기존 '약가관리실'의 명칭을 '약제관리실'로 개정 운영하기로 하고 직제 개편 작업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약가관리실'이라는 이름의 부서도 건보공단 내에서 올해 처음 생겨난 부서로 운영 1년 만에 부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건보공단은 재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의약품 업무를 하는 부서 규모를 '급여전략실' 산하 '부' 개념으로 두면서 심평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게 운영해 왔다.
하지만 올해 '약가관리실'이라는 이름으로 부서를 승격시키더니 내년부터는 '약제관리실'이라는 이름으로 명칭까지 개정하면서 건강보험 의약품 관리 업무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건보공단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의약품 재평가에 따른 약제비 환수협상을 새롭게 맡는 등 신약과 복제의약품(제네릭)까지 의약품 관련 업무 범위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기존 신약 약가 협상 외에는 역할이 크지 않았던 이전과 비교하면 의약품 관련 업무의 존재감이 한층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내년 '약제관리실'로 부서 변경하면서 기존 '약가 협상'에만 국한됐던 데에서 건강보험 의약품 전반적인 관리를 도맡겠다는 기관의 의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건보공단 내부적으로는 지난 4년 간 기관을 책임져 온 김용익 전 이사장이 역점을 두고 의약품 관련 업무 확대를 추진하면서 '마지막'으로 명칭 변경을 추진했다는 후문이다. 심평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작았던 의약품 관리 업무의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올해 CAR-T 세포치료제 킴리아주(티사젠렉류셀)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고가 치료제가 국내 도입, 건강보험 재정 관리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보험자'인 건보공단의 업무 범위 확대의 명분이 됐다는 평가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부서 명칭을 심평원과 동일하게 변경하면서 제약업계도 주목하고 있는 상황.
제약업계에서는 의약품 관련 담당하는 업무는 분명 다르겠지만 명칭만으로도 충분히 혼선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제약사 임원은 "제네릭을 포함해 신약까지 건보공단의 의약품 관리 업무가 많이 확대됐다"며 "이는 고가 의약품의 급여 적용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내년에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심평원과 의약품 전담부서 명칭이 같다. 이를 고려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카운터파트인 제약사 입장에서는 양 기관이 경쟁하는 것처럼 비친다"며 "제약사 보험급여 관련 파트에 양 기관 출신 직원들이 포진한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내년에는 이 같은 기업들이 더 늘어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