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 승인 신청 후 검토 과정 지속되며 주목 "각국마다 기준 달라…유효성 판단에 보수적 접근"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긴급사용승인 신청이 한달이 지나면서 승인 지연이나 승인 거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5일만에 승인된 팍스로비드는 89%에 달하는 입원, 사망 위험 감소를 나타낸 반면 몰누피라비르는 30% 대 효과에 그치는 데다가 기형아 유발 부작용이 거론되고 있어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질 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
특히 리젠코브, 소트로비맙 등 유망 치료제들이 해외에서 승인 문턱을 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굳이 몰누피라비르를 국내 도입해야 하는 설득력과 당위성이 떨어진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약처는 11월 17일 긴급사용승인 신청이 들어온 몰누피라비르와 관련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팍스로비드와 몰누피라비르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이면서 같은 항바이러스제 계열에 속하지만 이 둘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달라졌다.
과거 '게임체인저'로 거론됐던 몰누피라비르가 10월 고위험 외래환자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 입원, 사망 위험이 50% 감소에 그치면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문제는 재확인 과정에서 이 효과가 30%대로 추가 하향됐다는 데 있다.
반면 팍스로비드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증상 발현 후 3일 이내 투여 시 입원과 사망위험을 89%, 5일 이내 투여시 입원과 사망위험을 88% 감소시켰다. 이같은 결과로 팍스로비드는 긴급사용승인 신청 5일만인 지난달 27일 초고속 승인을 얻었다.
팍스로비드의 1인당 약제비는 약 63만원 선, 몰누피라비르는 약 83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몰누피라비르의 경우 뼈와 연골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18세 이하 복용 금지이고, 가임기 여성의 경우 피임까지 권고된다. 몰누피라비르가 비싼 가격에도 더 낮은 효과 및 부작용을 가져 도입에 대한 당위성이 희석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프랑스는 몰누피라비르의 낮은 효과를 이유로 5만명 분의 선구매 계약 파기는 물론 긴급사용승인 신청도 거부했다. 지난해 11월 17일 국내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 몰누피라비르의 승인 결정이 늦어지면서 식약처도 비용 대비 효과성에 대한 자체 판단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몰누피라비르 긴급사용승인과 관련해 아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초기 자료에서 유효성 결과가 바뀐 만큼 이에 대한 추가 검토를 진행하고 있어 시간이 다소 지체됐다"고 밝혔다.
그는 "식약처가 평가하는 유효성에 대해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유효성 범주에 포함된다는 수치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감염병의 위중성, 치료제 수급 동향, 가용 치료 자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단순히 유효성이 경쟁 약물 대비 떨어진다고 승인을 거부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30%의 위험 감소를 유효성으로 판단할지는 전문가 자문, 검토 등을 종합해 판단하게 된다"며 "이를 유효성으로 판단했는지, 아니면 판단하지 않았는지는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유효성 판단에 비용적인 측면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나왔다.
다른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의 의약품 승인이나 허가에선 유효성, 안전성만 확인하기 때문에 이번 승인이 길어지는 이유로 비용 대비 효과성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유효성의 판단 기준이 수치로 확립된 것은 아니어서 전문가들의 합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WHO 기준으로 코로나19 백신은 최소 예방률 효과가 50%를 확보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치료제는 질병의 중대함, 유효성 대비 안전성 이런 것들을 포괄적으로 본다"며 "말기암 환자에서 극히 제한적인 효과가 있다고 해도 항암제 사용을 허가하는 것처럼 사안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몰누피라비르는 각국의 판단 기준이 다르고 이미 팍스로비드와 같은 약제를 확보한 만큼 식약처 입장에선 빠른 결정보다는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몰누피라비르는 유효성과 안전성 데이터가 모두 보더라인(경계)에 걸쳐 있어 구조적으로 검토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