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의사회, 복지부와 영유아 건강관리 시범사업 논의 임현택 회장 "소청과 유지, 아이들 목숨 달린 일…지원 확대 필수"
저출산·코로나19 여파로 궤멸 위기에 몰린 소아청소년과가 시범 사업 등으로 활로 찾기에 나섰지만, 경영난 해소까진 갈 길이 멀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협의체를 통해 보건복지부와 '아동 건강 길라잡이 시범사업(가칭)'을 논의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의사에 아동을 배정해, 건강 상태 확인 및 아동 맞춤형 관리계획 수립, 주기적 관리를 제공한다. 어린 시절 건강관리 습관으로 평생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연령별 맞춤 심층 교육·상담을 진행한다는 취지다.
아직 구체적인 안이 마련되진 않았지만, 소청과 전문의가 만 6세 이하 소아를 담당하는 것으로 윤곽이 잡혔다. 해당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우선순위는 의원급에 종사하는 의사부터다.
앞서 소청과의사회는 질병관리본부·보건복지부 등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저출산 문제 해결, 영유아 검진, 국가 필수 예방접종, 사업 소아진료 가산 등에서 정부 지원을 요청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무위로 돌아가고, 그나마 아동 건강 길라잡이 시범사업에서 복지부의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 규모나 수가 등이 정해지진 않은 만큼 해당 사업이 소청과 회생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지난해 소청과 지원율이 20%대로 떨어지는 등 전문의 수도 감소세인 만큼, 향후 사업이 시행된다고 해도 관련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렇다 할 정부 지원이 없는 상황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범 사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게 소청과의사회의 전언이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소청년과 월 급여 매출은 1929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7% 감소했다. 이는 18개 진료과 중 가장 낮은 액수로 의원 숫자도 2194곳에서 2118곳으로 76곳 줄었다. 소청과에 비급여 항목이 없는 곳을 고려하면 한 달 전체 매출이 321만5000원에 불과한 것.
소청과는 2015년 경부터 저출산 기조 인한 영유아 연령층 감소로 경영난에 시달려 왔는데, 2019년부턴 코로나19 여파로 환절기 호흡기 질환 환자까지 줄어 진료실에 발길이 끊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 소청과 개원의는 "소청과는 감기에 걸린 영유아 환자를 진료하는 것으로 먹고 사는 데, 코로나19 여파로 아이들이 항상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도 안 가다 보니 이런 환자가 거의 없어졌다"며 "환절기에도 환자가 없는 만큼 현재 매출로는 직원들 월급도 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소청과의사회는 개원가 고용유지를 위해 우리나라도 해외처럼 조건 없는 정책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봤다. 일본 소청과 역시 우리나라처럼 저출산과 코로나19 여파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 소아 정책 가산을 제공해 경영난을 겪고 있지는 않다는 것.
이와 관련해 소청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저출산과 코로나19는 전세계가 겪고 있는 문제인데 관련 지원이 미비한 만큼 우리나라 소아과 의사들의 경영난이 특히 심각하다"며 "소청과가 회생하기 위해선 시범 사업 뿐만 아니라 3차 상대가치 개편, 국가예방접종 시행비 인상, 영유아 검진료 정상화 등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소아과의 어려움은 의사가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목숨이 걸린 문제"라며 "정부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