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학회 및 폐고혈압연구회, 고혈압학회, 결핵및호흡기학회 등 국내 전문가들이 폐동맥고혈압 약제 급여기준을 공론화한지 3년만에 결실을 봤다.
학회가 초기 적극적인 약제 사용이 예후와 직결된다는 학술적 근거들을 축적, 제시하면서 이를 적극 수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21일 심장학회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폐동맥고혈압 약제의 급여인정 기준을 개정하고 이를 2월부터 적용키로 했다.
우리나라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3년 평균 생존율은 54.3%로 OECD국가 중 최하위다. 이 같은 배경에는 초기부터 병용요법 사용이 권장되는 글로벌 치료 지침과 달리 국내 병용치료 급여 기준은 고위험군에서만 적용된다는 점이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관련 학회들이 2019년부터 국회 토론회 개최 및 한국형 치료 지침 공개, 유관기관에 기준 개선안 등을 제시하면서 급여기준 변경이 급물살을 탔다.
복지부 개정 고시에서 "약제 인정기준은 2제 요법의 경우 단독요법으로 3개월 이상 투여 후 임상적 반응이 충분치 않을 때 작용기전이 다른 약제 1종을 추가하는 병용요법이 가능하다"는 부분은 같다.
다만 임상적 반응을 판단하는 기준은 해외 가이드라인을 준용, 기존 대비 대폭 완화됐다.
6분 보행거리가 300미터 미만이어야 한다는 기준은 440미터 이하로, WHO 기능분류상 4단계에 해당해야 한다는 기준은 3단계 이상으로 완화됐다.
아울러 최고 산소 소비량(Peak O2 consumption) 12mL/min/kg 미만에서 15mL/min/kg 미만으로, 급성 호흡곤란 또는 심부전 진단지표인 BNP/NT-proBNP은 300/1800 이상에서 50/300 이상, 혈류역학검사지표는 RAP 15mmHg 초과 또는 CI 2.0L/min/㎡ 이하에서 RAP 8mmHg 이상 또는 CI 2.5L/min/㎡ 미만으로 완화됐다.
이는 2020년 폐고혈압 진료지침 제정 특별위원회가 제시한 환자 저/중간/고위험의 세 단계 평가 기준상 중간 위험도에 해당한다. 기존에는 상태가 악화된 고위험도 환자들만 병용혜택을 봤지만 기준 개선으로 중등도 환자들도 병용 사용이 가능해졌다는 뜻.
▲우심실부전의 임상적 증거 ▲증상진행의 속도 ▲실신 ▲WHO 기능분류에서 최소 1개를 만족하고, ▲6분보행거리 ▲운동부하심폐검사 ▲BNP/NT-proBNP ▲심초음파검사소견 ▲혈류역학검사지표에서 최소 1개를 동시에 만족하는 경우 2제 요법에서 사용되지 않은 다른 기전 약제 1종 추가가 가능하다.
기존에는 셀렉시팍 경구제만 인정됐지만 다른 기전 약제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와 관련 학회는 '급한 불'을 껐다는 반응이다.
박재형 충남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임상적 반응을 판단하는 기준이 대폭 완화됐다"며 "이는 학회가 제시한 개정안과 거의 같은 수준이어서 진료에 큰 불편이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당국이 해외 학회의 최신 가이드라인을 대부분 수용해준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한다"며 "초기 상태 악화 환자에 한해 3제 병용까지 인정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 정도만 해도 대단히 큰 변화"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