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이 의료기관 개·폐업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은 지난해 역대급으로 많은 '폐업'의 길을 선택했다.
또한 소아청소년과와 이비인후과 의원은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었다. 내과적 질환인 코로나19 감염과는 비교적 관계없는 외과 의원 개원은 눈에 띄게 늘었다.
메디칼타임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최근 5년간(2017~2021년)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자료를 분석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300병상 미만 병원급의 '폐업' 숫자. 지난해만 204곳의 병원이 문을 닫았다. 이는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은 숫자로 코로나19가 대유행 기간에 속하는 2020년 93곳보다도 눈에 띄게 증가한 숫자다.
새롭게 문을 여는 병원 숫자도 지난해 처음으로 100곳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해 새롭게 문을 연 병원 숫자는 86곳으로 2020년 119곳 보다 27곳 감소했다. 폐업 기관이 개원한 기관 숫자를 넘어선 것도 지난해 처음이지만 그 차이도 압도적이다.
병원계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이미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이 지난달 '한국 의료자원 이용의 왜곡과 대안'을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병원급 폐업률은 평균 6~7%를 보여왔는데 지난해는 9%를 기록했다.
우봉식 소장은 "병원 폐업률은 일반 법인사업자 폐업률이 비슷하거나 일부 지역은 더 높다"라며 "의사면허로 진입장벽이 있는 의료기관임에도 소액의 자본금만으로 창업이 가능한 일반 법인 사업자보다 경영상태가 취약하다는 것은 우리나라 보건의료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외과 의원 개원 최고·폐업 최저
지난해는 외과계 의원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특히 '외과' 간판을 단 의원이 지난해 43곳 문을 열었는데, 전년도 27곳에 비하면 16곳이나 늘었다. 반대로 지난해 문을 닫은 외과 의원 숫자는 19곳으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적은 숫자다.
대한외과의사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중소병원이 줄폐업 하는 현상과 맞닿아 있다고 봤다.
그는 "코로나19로 병원들이 (경영적으로) 힘들어진 상황에서 외과 의사들은 특히나 설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라며 "봉직의를 그만두고 개원을 선택하는 일들이 실제 일어나고 있고 그 결과가 반영된 수치로 보인다"라고 추측했다.
이어 "외과 중에서도 항문외과, 하지정맥류는 레드오션이지만 유방, 갑상선 영역은 아직 비급여가 남아있는 영역이라서 개원의 여지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통증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하듯 정형외과 의원 개원 숫자도 지난해 151곳으로 전년 140곳 보다 11곳 증가했다. 실제 중소병원에서 코로나 환자 치료로 기능을 전환하는 병원들이 늘면서 외과계 의사의 역할이 모호하지만 사직이 줄을 잇고 있는 현상과 일맥상통한다.
소청과, 개폐업 역전현상 2년째 지속…ENT, 비등비등
소아청소년과는 개원가 중 유일하게 폐업 기관이 개원 기관을 넘어섰다. 소청과의 개원과 폐업의 역전 현상은 이미 2020년부터 나타났다. 코로나 대유행 시기와 딱 맞물리는 것.
2020년 개원한 소청과 의원은 103곳인데 폐업한 의원은 154곳에 달하면서 5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개원과 폐업의 격차는 그나마 줄었다. 지난해 새롭게 문을 연 소청과 의원은 93곳이며, 폐업은 이보다 27곳 더 많은 120곳이다.
코로나 영향권에 있는 또 다른 진료과인 이비인후과 개원가 역시 개원과 폐업의 역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이비인후과 의원은 79곳이었는데 폐업 신고를 한 곳은 74곳으로 개원가 폐업의 차가 비등비등하다.
5년 전인 2017년 개원(124곳)과 폐업(36곳)의 차이가 88곳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 격차가 감소, 경영이 악화됐다는 것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소청과와 이비인후과 개원가 상황은 정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황. 보건복지부는 각각의 협의체를 만들어 이들 진료과의 활로를 찾기 위한 방안 마련에 돌입했다. 소청과는 소아청소년 건강관리 상담 수가 신설 등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오가고 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외이도 처치, 비강 처치에 대한 수가 신설을 비롯해 이명, 어지럼증, 코골이와 무호흡 등에 대한 수가 개선 등을 정부에 제안했다. 3일부터 전국 동네 병의원으로 확대되는 코로나 신속항원검사 도입도 이비인후과 개원가에는 가뭄의 단비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이비인후과의사회 황찬호 회장은 "신속항원검사가 어두웠던 이비인후과 개원가에 조금이라도 활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이비인후과 의사가 호흡기 질환을 가장 많이 본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인두에 있는 분비물을 정확하게 짚어내야지 보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