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인‧명인 등 전통 특화 제약사에 삼일‧제일약품 등 경쟁 가세 코로나블루 환자 증가세…신규 개원의 겨냥 물밑 영업 가속화
코로나 대유행의 장기화로 우울감(코로나블루)에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들이 많아지면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최근 2년 사이 의원급 의료기관 중 급성장세를 기록한 전문과목으로 꼽힌다.
그에 따른 영향일까. 정신건강의학과와 신경과 의료기관을 특화한 제약사들의 경쟁도 한층 뜨거워지는 모양새다.
개원을 준비하거나 새롭게 개원한 의사만을 대상으로 한 영업팀을 꾸리는 등 이전에 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영업‧마케팅’ 방법까지 도입하며 경쟁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것.
3일 의료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을 대상으로 영업을 펼치는 주요 제약사들이 코로나 대유행의 장기화 속에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대부분의 병‧의원들이 내원 환자수가 감소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신건강의학과와 신경과만은 환자 수가 늘어나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코로나로 인한 의료 이용 행태 변화(2020년 3~7월 진료)'를 살펴보면 ▲감기 ▲인플루엔자 ▲폐렴 등 호흡기 감염 환자 수는 2019년 대비 51.9% 감소했다.
하지만 ▲기분장애 ▲신경증성 스트레스-연관 및 신체형 장애 환자 수는 각각 7.1%,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환자 수 증가는 그대로 관련 병‧의원의 개원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원급 개‧폐업 현황 자료 따르면 실제로 최근 3년간 110개소 이상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이 새롭게 개원했다. 올해 1분기에는 30개소가 새롭게 문을 여는 사이 닫는 곳은 3개소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문을 여는 곳보다 닫는 곳이 많았던 소아청소년과 의원 등과는 대비되는 모습.
신경정신의학회 임원인 A대학병원 교수는 "사실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의원 개원 욕구가 큰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몇 년 사이 정신건강의학과 신규 개원이 트렌드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의료계의 변화는 제약업계에도 곧바로 반영되고 있다. 중추신경계(CNS) 분야 특화 중견 제약사들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 면에서 성장하고 있는 이유다.
대표적인 제약사는 환인제약이다.
환인제약은 최근 3분기 연결 기준 누계 영업이익이 270억원으로 전년동기(212억원)보다 2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1275억→1328억원)과 순이익(186억→227억원)도 각각 4.1%, 22.1% 늘어났다.
동시에 일부 제약사는 정신건강의학과 개원 사례가 늘어나는데 맞춰 신규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관련 모임을 후원하는 등 적극적인 영업‧마케팅 활동도 나타나고 있다.
소위 말해 ‘개원 준비‧초기 모임’이 그것이다.
해당 제약사 임원은 "신규 개원의 영업‧마케팅을 전담하는 팀을 꾸려 이들이 안정적으로 의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별도로 운영 중"이라며 "이를 통해 신규 개원의들을 대상으로 제약사의 긍정적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추가로 국내사를 중심으로는 CNS 분야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영업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삼일제약의 경우 비아트리스 항우울제 '졸로푸트' 등 3개 정신건강의학과 처방 품목에 대한 유통 및 판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CNS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일제약은 오는 12월부터 ▲졸로푸트(설트랄린염산염) ▲항불안제 자낙스(알프라졸람) ▲항조현병제 젤독스(지프라시돈염산염) 등의 국내 유통과 영업을 맡을 예정이다. 해당 품목 연간 매출액은 130억원 수준이다.
특히 삼일제약은 CNS 분야 라인업 확장을 위해 기존 신경과팀에 정신과 계열 제품 영업을 위한 CNS영업팀을 추가하며 전문 조직까지 신설했다.
제일약품도 프랑스 세르비에사의 항우울제 '스타브론'에 대한 영업‧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처방 시장 경쟁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기존 환인제약을 중심으로 명인, 현대약품과 글로벌 제약사인 한국오츠카제약으로 대변되던 CNS 특화 제약사들의 경쟁 구도에 중견 국내사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제약사 임원은 "코로나 대유행 장기화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처방시장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거둘 수 있는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과 함께 항우울제 중심 CNS 분야 진출을 망설일 필요가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