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의원급 폐업율 증가세…정부 지원은 감소 개원가 "자구책도 한계, 합리적인 수가 개선 이뤄져야"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환자 수 감소로 의료기관 폐업률이 증가세인 가운데, 올해 최저시급이 인상, 정부 지원 축소 등으로 개원가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개원가는 경영 분석을 통한 비용절감, 직원 감축 및 의사 월급 삭감, 진료 과목 및 시간 확대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제 살 깎아 먹기라는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 시간 당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전년 8720원 대비 5.1% 인상됐다. 월 노동시간 209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월급은 191만4440원이다. 예년과 비교했을 때 지나친 인상폭은 아니지만, 지난 2년 간 지속된 코로나19 여파로 의원급의 경영상태가 부실해졌다는 게 문제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영난에 주 52시간 제 시행, 연이은 최저시급 인상 등으로 이중고를 겪던 개원가는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규모를 갖춘 개원가의 경우 주 52시간 제로 인한 추가 수당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오히려 간호 인력을 충원했다. 또 경영분석을 통해 비품 및 식비 등 잡비를 줄이거나 심각한 경우 의사의 월급을 줄이는 의원도 있었다. 이 밖에 진료과목 및 시간을 확대하거나 인테리어 변경, 마케팅 활성화 등으로 환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곳도 있다.
이와 관련해 내과를 운영하는 A 원장은 "추가근무 수당의 부담이 큰 만큼 규모가 큰 의원은 직원을 늘려 탄력적으로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며 "의사들도 진료 시간을 나눠 탄력적으로 근무하거나 의사 본인의 월급을 삭감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이비인후과를 운영하는 B 원장은 "경영 분석으로 비품 비용 및 식비 등을 감축하거나 환자 확보를 위해 진료 과목과 메케팅을 확대하거나 인테리어를 변경하는 곳도 있다"며 "다만 코로나19 여파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자구책은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반면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은 이렇다 할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웅크리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소규모다 보니 감축할 비용이 마땅치 않고, 환자 확보를 위해 추가 비용이 지출하는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B원장은 "진료 시간을 야간과 주말로 늘리거나 간호 인력을 1명으로 극단적으로 줄인 의원이 많아졌다"며 "관련 정부 지원도 없고 이미 한계까지 규모를 줄인 상태에서 자구책으로 경영난을 해소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자구책으로 개원가의 경영난을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라는 게 개원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의료기관 종별 폐업률'을 보면 2019년 평균 3.3%였던 폐업률이 2020년 3.6%로 0.3%p 증가했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은 3%였던 폐업률이 3.4%로 올라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부터 주 52시간 제가 시행되면서 오히려 직원 고용이 확대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종별 의료인력 현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0년 4분기 기준 의원급에서 일하는 간호사 숫자는 1만6220명, 간호조무사는 8만7048명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6.3%, 15.2% 급증했다. 2018~2019년 간호사·간호조무사 증가율이 2%대에 머물러 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숫자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관련 지원책인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이 올해 6000억원으로 전년대비 절반 이상 삭감돼 수혜 의료기관이 대폭 줄어드는 상황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더욱이 의료기관은 소상공인에 포함되지 않아 관련 지원도 전무한 상태다.
개원가의 경영악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합리적인 수가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 올해 의원급 수가인상률은 3%로 최저시급 인상률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현재 개원의들은 늘어난 근무시간으로 삶의 질이 떨어진데다가 고용 증가와 최저시급 인상 등으로 사면초가에 몰렸다"며 "코로나19 여파로 환자 수도 적어져 겨우겨우 버티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의원급의 원가보전율이 70~80%대로 낮은 상황에서 3%의 인상률은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짚었다.
김동석 회장은 "적정수가가 적정진료를 보장하는데 의료기관의 희생만 강요하면서 오히려 지원은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근본적인 저수가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개원가 위기는 계속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