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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차 접어드는 코로나 대유행…구멍 뚫린 전공의 수련

박양명
발행날짜: 2022-01-10 05:45:57

서울 이어 인천의료원 전공의도 수련의 질 저하 문제 지적
"국가 위기 상황 더 이상 안 통한다, 수련 방향 적극 고민해야"

코로나19 대유행이 3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국가의 모든 역량이 '코로나19'방역에 집중되는 시간이 길어지자 제도상 허점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중 하나가 '수련'. 의사가 전문의사로 거듭나기 위해 거치는 과정이다. 하지만 수련과 동시에 병원에서 월급을 받으며 일을 하기 때문에 두 가지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수련'의 의미가 퇴색되고 '노동력'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약속된 정원에다 전공의를 추가로 모집하기로 하면서 이같은 우려에 불을 붙인 것. 수련의 질 저하로 장기적으로는 의료의 질 저하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 공공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료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들은 수련의 '질'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수련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집중하면서 내과, 가정의학과 등 전공의들이 수련의 질 저하를 지적하고 있다.
인천의료원에 파견을 나가 있는 가정의학과 전공의들은 코로나19 관련 업무만 전담하고 있다는 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인천의료원에는 서울대병원의 인턴과 가정의학과 전공의 일부가 파견을 나간다. 매달 1년차 3명, 2년차 3명, 3년차 2명씩 파견을 가고 있는데 1년차와 2년차는 각각 내과, 외과, 호스피스 관련 수련을 받아야 한다.

인천의료원 가정의학과 전공의는 "외과와 호스피스 환자를 보지 않고 코로나 환자만 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업무 내용도 수련이라고 하기 힘든 잡무가 대부분"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3년째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수련의 전체 시간인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토로했다.

가정의학과 전공의들은 레벨D 방호복을 입고 회진을 직접 돌고 있으며 인천시민을 대상으로 백신 예방접종 예진, 코로나 입원환자 오더 및 입원기록지 작성 당직 업무 등을 전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코로나19 관련 업무에 대한 어떤 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전공의는 "오미크론 유행으로 확진자 증가 가능성은 늘 열려있는데 전공의 입장에서 3년은 트레이닝 전체 시간에 해당한다"라며 "언제까지 국가 위기 상황이고, 대안이 없다고 하는 병원의 이야기를 이해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전 병상을 코로나19 환자에게 내준 서울의료원은 이미 지난해 인천의료원과 같은 문제를 겪었다. 서울의료원은 자체적으로 전공의를 선발하고 있어 약 100명이 수련을 받고 있다. 내과 전공의들은 제대로 된 수련을 받을 수 없다며 이동수련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수련의 질 저하 문제는 비단 공공의료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대한전공의협의회 차원에서 내과 전공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 전공의들은 수련의 질 저하를 경험하고 있었다. 다양한 임상 경험을 접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 관계가 없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 수련 방향성 대안 마련해야"

수련병원이기도 한 의료원들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병상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어쩔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제는 '수련'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정부가 고민해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인천의료원 조승연 원장은 "전공의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방법이 없다. 병원 입장에서도 정부의 방침을 어길 수가 없다. 서로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하며 "정부도 손실보상금을 더 지급하겠다에서 더 나아가 종합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방의료원이 개별적으로 문제를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실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하느라 정부도 전공의 수련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었던 것과 다름없다. 정부가 전공의를 안심시키면서 수련의 질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의료원 송관영 원장도 '공공'이니까 어쩔 수 없더라도 이제는 '수련' 구멍에 대해서도 대안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송 원장은 "단기간이면 모르겠는데 장기간이 되면 방역과 수련을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라며 "공공의료기관인데 코로나 환자를 보지 않겠다고 할 수도 없는 문제 아닌가"라고 털어놨다.

그는 "공공의 역할과 전공의 수련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완수하기 위해서는 코로나 환자와 일반 환자 비율이 반반 정도는 돼야 가능하다"라며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전공의 수련에 대한 방안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정부도, 병원도 전문의를 충원하기 위한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이지후 부회장은 "정부와 병원은 의료인력 수급이 어렵다고 하면서도 수급을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라며 "공보의, 군의관, 전공의 등 젊은의사를 강제로 차출하거나 동원하는 것 외에 정부는 무엇을 했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병원들도 다양한 시도는 하지 않고 어렵다는 주장만 하고 있다"라며 "손실보상금 등 정부의 각종 지원금을 전문의 인력 충원에 활용할 수 있다. 정부도 입원전담전문의 활용, 전문의 채용을 위한 지원금 등 전문인력 활용을 위한 유인책 정도는 충분히 펼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