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서울의료원 전공의 수련 공백 실태가 드러남에 따라 반년 이상을 마음 고생해온 전공의들의 고충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오죽하면 이동수련을 요구할 지경에 달했을까'라는 점에서 씁쓸함을 안겨주고 있다.
서울의료원 전공의들의 불안감은 국내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서울시가 즉각 서울의료원은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하면서 사실상 일반진료를 중단, 상당수 전공의가 정상적인 수련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해당 전공의들의 반발에 서울시가 잠시 일반진료를 유지하면서 수련을 이어가는 듯 했지만 지난 8월 수도권 중심으로 2차 팬데믹 조짐이 확산됨에 따라 또 다시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공공병원의 역할인 코로나 전담병원과 미래의 의사를 길러내는 수련병원 운영은 잡을 수 없는 두마리 토끼였던 셈이다.
실제로 서울의료원은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한 이후 신규 입원을 중단하고 외래진료도 최소한으로 축소하면서 정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상당수 전공의들이 수련에 공백이 발생했다.
서울의료원은 내과, 소청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가정의학과, 응급의학과 등 전기모집 정원은 총 27명에 달한다.
서울의료원 전공의도 처음부터 이동수련을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 서울시 측에 일반환자 진료를 유지해줄 것을 거듭 요청하며 해당 병원에서 수련을 이어가는 것을 원했다.
하지만 공공병원 특성상 언제라도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전환해야하는 숙명인 이상 더이상의 정상적인 수련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이동수련'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의료계에 따르면 모자협력 관계에 있는 수련병원으로 파견을 갈 경우 EMR시스템에서 처방권을 갖고 주치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병동환자 케어 수련을 받는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전혀 무관한 병원으로 파견될 경우 주치의도 의대생도 아닌 모호한 입장에서 정상적인 수련이 어려운 현실이다.
일선 전공의 A씨는 "모자협력 병원 이외의 파견은 의대생이 참관수업을 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수련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제대로 수련을 받았다기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전공의법에 파견수련은 최대 4개월로 제한하고 있는 만큼 기존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이를 유지할만한 혜택도 없다고 봤다.
그렇다고 이동수련을 선호했던 것도 아니다. 앞서 제일병원 경영난으로 이동수련을 추진했던 전공의 중에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에 대한 우려가 높았던 바 있다.
설령, 대형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이어간다 손 치더라도 기존 전공의와의 보이지 않는 차별 등 갈등의 소지가 있어 이동수련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카드.
A씨는 "전공의 입장에선 이동수련은 적을 옮기는 것인 만큼 심리적으로 부담이 크다보니 꺼리는 게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이동수련을 택했다는 것은 제대로 된 수련을 받고 싶다는 요구인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확산은 적어도 1년 이상 지속되는 이슈인 만큼 수련병원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며 "한시적으로라도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