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신약개발이 증가하며 외국계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업체가 선점했던 국내 CRO 시장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 국내 CRO가 최초로 외국계 CRO 매출액을 추월하며 상승세를 탄 것.
8일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공개한 2021년 하반기 국내 임상시험 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최초로 국내 CRO의 매출액이 외자 CRO를 앞질렀다.
국내 CRO 시장 규모는 2014년 2941억원에서 2020년 5542억원으로 매년 증가(연평균 성장률 11.1%)하고 있으며, 2020년 국내 CRO의 매출은 전년대비 10.1% 증가(외자 CRO 2.1%)하며, 국내 CRO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2014년 국내 CRO의 연간 매출은 1023억원으로 전체 외자 CRO 1917억원의 53.3% 수준이었으나, 2020년 연간 매출 2844억원을 기록(연평균 성장률 15.7%)하며 외자 CRO(2698억원)를 따라 잡았다.
한편 2020년 국내 소재 임상 CRO 기업에 재직 중인 인력 규모는 2019년 4497명에서 약 4.7% 증가한 4708명으로 추정된다.
CRO산업의 성장배경에는 글로벌 의약품 시장규모 및 아웃소싱 규모 확대, 신규 CRO 설립 확대 및 CRO 인증제도 등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의 결과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국내 CRO 시장은 지난 9년여의 정부지원에도 불구하고 전문인력, 인프라, 기술력 부족 등 여전히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임상 CRO 기업들이 꼽은 우리나라 임상시험 산업의 약점으로는 '임상 관련 법규 및 제도적 지원'이 22.6%로 가장 높았고, '임상 관련 종사자 등 부족한 인적자원' (15.1%), '원격기술 등의 도입' 및 '후보물질 확보를 위한 기술력' (각각 13.2%) 등을 지적한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국내 CRO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데 부족한 요인을 질문한 결과 '전문인력 부족'을 꼽은 응답이 39.5%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다국가 임상시험 경험 부족'(23.7%), '임상시험 품질에 대한 신뢰도 부족'(13.2%), '임상시험 시스템 및 표준운영절차(SOP) 미비'(9.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CRO 이용에 대한 종합 만족도를 살펴보면 국내 CRO(59.4점)에 비해 글로벌 CRO에 대한 만족도(60.0점)가 높게 나타나는 등, 글로벌 CRO에 대한 이용만족도는 국내 CRO에 비해 모든 차원에서 높게 나타나 제약사들이 글로벌 CRO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CRO 산업과 관련된 제도가 미비한 부분도 CRO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CRO 산업은 한국표준산업분류 상 별도의 산업군으로 분류되지 않아 CRO 기업 및 종사자 수 등 실질적인 통계자료에 기반한 현황 파악이 어려운 상황으로 실효성 있는 지원정책을 수립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배병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이사장은 "CRO 기업들은 척박한 제도적 기반에서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CRO 기업 스스로의 노력과 더불어, 국가의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이 함께 뒤따르지 못한다면 그 성장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통계청의 한국표준산업분류에 CRO 산업분류를 제정해 산업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정책 수립의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