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중앙의료원의 '큰 형님'격인 여의도성모병원이 최근 파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안과질환을 종합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독립 시스템을 갖춘 '안과병원'을 개원하기에 이른 것이다.
다른 CMC 산하 병원과 마찬가지로 '병원 내 병원' 성격으로 개원했지만 다른 특화 병원과 비교하면 안과병원은 파격 그 자체다.
전체 진료과목을 진료하는 종합병원 지위에도 불구하고 병원 내 입구서부터 '안과병원'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례적이다.
초대 안과병원장은 '망막분야' 권위자인 노영정 교수가 맡았다. 메디칼타임즈는 11일 노영정 초대원장(사진)을 만나 안과병원의 특화 전략을 들어봤다.
인구고령화 속 노인성 질환 전담
그동안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해 CMC 산하 주요 병원들은 특화 전략 차원에서 '병원 내 병원' 성격으로 주요 진료과목의 특화하는 전략을 앞세워 왔다.
가령 서울성모병원과 은평성모병원에서 내세운 '혈액병원'과 '심혈관병원'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CMC에서 큰 형님격인 여의도성모병원은 기존 안센터를 확대해 '안과병원'으로 승격시키기로 했다.
코로나 시기인 만큼 외래공간을 기존 120평에서 400평 규모로 확장, 고객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거리두기 진료시스템을 구축했다. 동시에 15명의 각 분과 최고의 안과 교원을 포함, 총 60명의 의료진의 협진으로 모든 안과질환에 대해 포괄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백내장, 녹내장, 망막 등 복합적 안질환을 겪는 환자가 당일 안과 세부 전문의들의 진료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진료' 시스템을 운영해 최단 기간 진단과 치료를 통해 빠른 사회복귀를 위한 진료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안과병원'의 특화전략이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인근 신촌 세브란스병원이 안과를 특화해 안‧이(안과‧이비인후과) 병원'을 별도로 운영한 사례도 있지만 23년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9년을 끝으로 간판을 내리기도 했다.
노 원장은 "다른 병원과 비교하기는 힘들다. 최근 들어 노인성 안과 질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필요성은 충분하다"며 "더구나 이전부터 가톨릭의대 내에서 안과 질환은 중점적으로 강조했던 분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여의도성모병원의 의료체계 상의 '지위'도 안과병원 설립에 영향을 끼쳤다고.
최근 정부가 안과를 경증진료로 분류하는 상황에서 여의도성모병원이 3차 진료권인 상급종합병원이었다면 '특화'를 꿈꿀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안과질환이 대학병원에서 진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현재는 힘든 상황"이라며 "백내장 등 안과질환이 다른 중증질환자에 비해 경증환자 취급을 받는 것이 배경"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노 원장은 "여의도성모병원은 진료체계 상 2차병원"이라며 "안과질환은 경증질환으로 분류되지만 고도의 의료 수준 필요하다. 이에 의과대학에서 그동안 강조해왔던 안과 진료를 특화시킬 수 있는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다빈도 질환 집중 속 '표준 진료' 제시 목표
안과병원 설립과 동시에 노 원장의 또 다른 목표는 백내장 등 다빈도 질환에서의 표준 진료 제시다.
최근 인구고령화에 따른 백내장 수술환자 급증, 관련 안과 수술비가 급증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도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에서의 백내장 수술비가 급증하면서 실손의료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구체적으로 꼽는다면 백내장 수술에 쓰이는 치료재료 '인공수정체' 활용을 두고서 적정진료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
필요 이상으로 고가인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백내장 수술에 활용하면서 진료비 인상을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노 원장은 이 같은 논란을 학회 활동 등을 통해 파악하고 있다면서 안과병원에서 표준 진료를 제시하는 것도 또 다른 목표라고 강조했다.
노 원장은 "백내장 환자에 다초점 인공수정체 시술을 하기도 한다. 이는 직업적으로 필요한 환자에 한해서"라며 "물론 고가의 시술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환자 개별적으로 적정한 진료를 하겠다는 것이 기관의 방침으로 단초점 인공수정체 시술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벌어지는 논란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안과병원으로서 이를 잘 선별해 내야 한다"며 "전문적인 진료와 표준화된 시스템을 구축해 선도하면서 안과 전공의의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