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가검사키트 품절 대란에 대처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개당 6천원에 일인당 5개 이하 구매, 편의점 판매를 골자로 하는 긴급 조치를 내놓으면서 기업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국가적 비상사태라는 점을 감안해도 유통과 가격을 정부가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 특히 이에 대한 유통을 책임지던 의료기기 유통 기업들은 집단 행동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극한 갈등이 예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 자가검사키트 유통과 가격 안정화를 위해 15일부터 3월 5일까지 개당 6천원에 일인당 5개 이하로 구매하도록 하는 한시적 긴급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현재 20개 이상 대용량으로 유통되는 자가검사키트를 약국과 편의점에서 소분해 판매하되 가격을 6천원으로 통일하는 것이 골자. 이에 따라 식약처는 편의점 체인 업체 대표들과 약정서를 체결한 것은 물론 약사회에 이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이러한 조치가 시행되면서 의료기기 기업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특정 의료기기에 대해 유통과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지적.
또한 충분히 유통 물량이 증가하는 추세고 시장이 안정화되고 가고 있는 시점에 온라인 판매 금지와 더불어 이같은 강제 조치까지 내놓는 것은 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A진단키트 기업 관계자는 "말이 안정화 조치이지 사실상 가격과 유통을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인당 5개 한정에 개당 6천원, 온라인 판매 금지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완전한 통제의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 초기 마스크 대란때도 공적 마스크 등 조달 물량을 활용했지 이처럼 유통과 가격을 통제하지는 않았다"며 "차라리 자가검사키트 자체를 전량 조달로 빼던지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고 유통과 가격을 전면 통제하는 조치가 말이 되느냐"고 강조했다.
하지만 식약처 등은 이번 조치가 20개 이상 대용량 포장 단위에 한정되는 것일 뿐 소용량 포장, 즉 5개 이하 포장 단위에는 해당하지 않는 만큼 가격 통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사실상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는 의견. 대용량이건 소용량이건 단 하나만 손을 대도 결국 일률적으로 6천원에 맞춰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A기업 관계자는 "공급 루트가 약국과 편의점 밖에 없는데 20개 박스를 하나씩 풀어놓은 것은 6천원에 파는데 1개 개별 포장은 1만원에 판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이야기냐"며 "결국 소용량이건 대용량이건 6천원에 팔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특히 자가검사키트 등의 유통을 책임졌던 의료기기 유통 기업들은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았다며 총력전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자가검사키트도 엄연한 의료기기인데 정부가 유통 기업들의 역할을 무시한 채 유통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 이에 따라 유통 기업들은 정부가 이러한 조치를 재고하지 않을 경우 총 궐기 대회 등을 통해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료기기유통협회 등 유통 기업들은 식약처에 정책 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동시에 손영천 위원장을 중심으로 각 지회장을 부위원장으로 하는 긴급 대책 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다.
특히 긴급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 마자 14일 저녁 중앙회 사무국에서 유통 개선 조치에 대한 회의를 열어 총 궐기대회 안건을 통과시킨 상태.
오는 17일 진행되는 총 궐기대회는 의료기기 유통 기업은 물론 의료기기 판매 사업자들이 모여 가두 시위를 진행하며 세를 과시할 계획이다.
의료기기유통협회 관계자는 "중앙회 사무국에서 17일 오후부터 유통개선조치 반대 총 궐기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이번 식약처의 조치가 유통 기업의 생존권을 박탈한 것과 다르지 않은 만큼 모든 회원사들과 힘을 합쳐 이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