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없으면 가정의학과도 없습니다."
가정의학회가 주치의제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2년이 넘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사회적 인식 변화의 원동력이 됐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의료계에서 터부시 되던 원격의료마저 팬데믹을 겪으면서 '어쩔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은 만큼 주치의제에 대한 내외부 반발도 사그러졌다는 것이 학회 측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최근 대선 정국에서 주요 후보들이 주치의제를 거론한 것도 가정의학회엔 놓치기 어려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가정의학과 같은 게이트키퍼(GateKeeper) 역할 및 필요성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진 가운데 정작 문제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주치의제 도입 및 제도 연착을 위해선 양질의 가정의학과 전공의 배출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떨어지는 전공의 모집률은 물론 수련을 중도 포기하는 전공의 수도 적지 않은 마당에 전공의 확보가 정작 주치의제 성공의 키워드로 부상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 제16대 집행부로 출발한 선우성 이사장은 '후배 모시기'를 중점 사업으로 내걸며 비전 제시에 나섰다. 선우성 이사장을 만나 향후 주치의제 도입을 위한 전략과 안정적인 전공의 확보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주치의제 도입을 천명했다. 제도 도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이번에 각 대선 후보들 공약에 주치의제가 들어갔다. 시기상으론 주치의제 도입이 무르익었다는 판단이다. 과거엔 의료계 내부에서 주치의제를 꺼내는 것도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팬데믹 상황을 겪으면서 환자들의 1차 관문 역할을 할 전문 인력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국민들도 공감대를 갖기 시작했다.
문제는 주치의제를 실제 국민건강에 혜택을 보는 쪽으로 하려면 어떻게 적용하고 실천할 것인가 하느냐는 구체화 방안이다. 기본적으로는 제도적인 디테일이 필요하고 수련 과정에서도 국민들이 주치의제 경험이 혜택이라는 인식을 갖게끔 하는 게 필요하다.
현재 전공의 지원율이 좋지 못하다. 작년에 바닥을 쳤던 것 같고 올해 좀 올라올 것 같은데 충원율은 아직 낮다. 당장 확 올리겠다는 것보다는 정도를 걸어나가서 인식률 제고 작업을 계속할 생각이다. 국민들이 주치의제의 참뜻을 이해할 때가 되면 충원율이 자연스레 오를 것으로 본다. 홈페이지 및 동영상 등을 통한 사회적 인식 개선 작업에 보다 치중하겠다.
▲제도 정착을 위해선 양질의 전공의 배출이 필요하다. 수급 안정화 방안은?
1차 의료를 선택하는 의료진이 많지는 않은 게 현실이다. 이는 개인적인 선호도 외에 경제적인 요인 및 경험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의과대 재학중일 때 1차 의료에 일찍 노출된다면 1차 의료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물론 현재도 의과교육에 1차 의료인 양성 부분이 들어있는데, 표면적이라는 생각이다.
개원가 탐방처럼 의대생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1차 의료가 작동하고 환자들과 소통하는지 노출된다면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의대생들의 현장 체험 비슷하게 1차 의료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볼 생각이다.
아직 집행부 초기상태다. 의과대와 협의된 사항은 없지만 1차 의료 노출이 미치는 전공 선택의 영향 이런 연구 결과들을 의대쪽에 공유하는 일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커리큘럼을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의학교육 목표로 현장 견학 등을 설정한다고 해도 의대 내 가정의학과 스탭들이 적어 강의시간을 많이 넣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수련의 질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방안으로 가정의학교육위원회(CTFM) 창설을 언급한 바 있다. CTFM에 대해 부연 설명하자면?
수련 교육 과정이 일정 수준을 담보하고는 있지만 수련기관의 규모, 수도권과 지방 위치에 따른 편차는 부정할 수 없다. 그런 편차를 최소화하고 양질의 교육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CTFM을 작년에 창설했고 전공의들에 대한 임상실습평가(CPX), 2차병원 전공의들을 위한 연구지원위원회 등을 새로 계획했다.
CTFM은 수련생 교육자들끼리의 교류 커뮤니티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따로 떨어진 기관끼리는 서로간 어떤식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수련생을 관리, 평가하는지 잘 모를 수 있다. CTFM을 통해 수련 교육자들간 교류를 활성화할 생각이다. 이들이 교류하면서 좋은 점을 벤치마크하고,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는 식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 환경을 조성할 생각이다. 수련 내용 및 수련에 필요한 자료, 강의록 작성, 평가 등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2차병원 전공의들을 위한 연구지원위원회는 말그대로 전공의를 전문적으로 지도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한 주제를 설정해 연구하려고 해도 이것이 논문 주제에 부합하는지, 어떻게 논문을 써야 설득력이 있는 것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연구지원위원회에는 내놓라하는 좋은 연구자들을 전면 배치해서 전공의들의 연구 및 논문 작성을 지원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메타버스를 어떻게 교육에 활용할지 그런 부분들에 대한 고민도 있다. 현재 홈페이지를 개편 중인데 메타버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을 전공의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요즘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해결한다. 'e-스마트 전공의 수첩'(가칭)과 같이 스마트폰을 활용한 전공의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할 생각이다. 동일한 컨텐츠를 제공하면 수련기관별 편차를 줄이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공의 지원을 상향하기 위해선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물론이다. 최근 다양한 학회들이 대선 후보들에게 정책질의서나 제안서를 제시하고 있다. 아직 공식적으로 질의하진 않았는데 공약을 보고 필요하다면 공식 질의할 생각이다. 이미 네 후보가 주치의제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에 세부 제도 방향은 다르겠지만 큰틀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세부 내용은 조율해나가면 된다.
하지만 1차 진료 활성화를 위해선 정책 기조는 반드시 필요하다. 1차 진료는 국민 건강에 근간이 돼야 하니까 1차 진료하는 전문의를 배출하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수련비용의 일부를 국가에서 부담케 하는 방안 필요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프라이머리 케어 담당자에 대해선 해외 각국에서 정책적으로 수련 비용 부담케한다. 대선 공약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치권에서 지원 방안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1차 의료는 말 그대로 1차 의료다. 3차 병원에서 수련을 받아야 하는데 3차 병원의 의료 서비스 방향과 1차 의료는 방향이 안맞는 경우가 있다. 1차 의료는 지속적인 진료를 해야 하는데 3차 병원은 신환만 받으려고 하기 때문에 교육 환경으로 완벽하다고 할 순없다.
1차 진료는 최소 진료로 최적의 진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수련을 달가와하진 않는다. 1차 의료가 필요하다고 하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해서 형평성을 맞춰 나가야 한다. 제대로 된 1차 의료 교육을 하려면 다른 요소에 좌우되지 않게 지원해 줘야 한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과 마찬가지로 정상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다양한 해외 주요 나라들은 1차 의료의 수련 비용 일부를 국가에서 부담한다. 해외에선 1차 의료를 필수불가결한 핵심 의료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가정의학과 자체에 대한 인식률이 떨어진다. 해결 방안은?
학회 창립 42주년이 됐다. 부끄럽지만 아직도 '가정의학과'라고 하면 딱히 뭐하는 곳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가정의학과 타이틀로 TV에 주요 인사들이 많이 나와서 가정의학과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키는 분들이 많은데 매스컴에선 주로 비만 관리쪽에만 특화된 것으로 나와 실제 인식과 가정의학이라는 명칭이 잘 매치가 안 되는 것 같다.
이 역시 홈페이지 개편 작업 이후 본격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우리동네 주치의 찾기'를 만들고 있고, 유튜브 채널 중에서 가정의학과가 나와서 하는 방송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일반인/의대생들에게 홈페이지를 많이 노출시키려고 한다. 국민뿐 아니라 의대생들에게 홍보를 강화할 생각이다. 앞서 언급했듯 의대생들은 1차 의료에 일찍 노출될 수록 이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재미있고 양질의 컨텐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