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수술이 입원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일선 현장에서 보험금 지급 기준과 관련해 혼란이 생기고 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백내장수술 입원치료에 대한 실손보험금 지급 여부를 의료기관에 문의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 두고 벌어진 실손보험사와 소비자 간의 소송에서, 보험사가 일부 승소하면서 향후 보험금 지급여부가 불투명해진 탓이다.
앞서 A보험사는 '노안 백내장수술은 실손의료보험 약관 면책에 해당하며 입원의료비 보상 대상이 아닌 통원치료에 해당한다'는 내용으로 보험 가입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의 핵심은 백내장수술이 입원치료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통원치료인지의 여부였다. 2019년 1심 판결 당시 법원은 해당 환자가 수술 전 검사, 실제 수술, 후유증 경과 관찰 등을 위해 의료기관에서 6시간 이상 체류했던 것으로 보아 입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보험약관에서 입원을 '6시간 이상 병원에 체류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난 1월 2심 판결에선 이 같은 판단이 뒤집어졌다. 백내장수술이 일반적으로 6시간 이상 의료진의 관찰·관리가 필요하거나, 입원이 필요한 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환자는 수술 당일 6시간 이상 의료기관에 체류하지 않았고, 수술 이후에도 의사의 지속적인 관찰·관리가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판단이다.
1심 판결에선 보험약관에 입원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환자가 승소했지만, 2심에선 관련 법리적 해석이 보건복지부 고시를 기반으로 이뤄져 결과가 뒤바뀐 것.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환자가 6시간 이상 입원실에 체류하면서 의료진의 관찰 및 관리 하에 치료를 받으면 입원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다만 이는 편의상 판단으로 법리상 실제 입원 여부는 이 기간 중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찰·관리 및 약물투여·처치 등이 필요한 경우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손해율 개선에 긍정적인 판결이라고 나왔다는 입장이다. 백내장수술은 이전부터 실손보험 적자의 주범으로 꼽혀왔고, 입원료 지급으로 인한 누수가 컸던 만큼 향후 관련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번 판결의 의의는 백내장수술이 입원이 필요한 수술이 아니라는 법리적 판단이 나온 것"이라며 "백내장수술은 통상 2~3시간밖에 걸리지 않고 병·의원 역시 이를 '2시간 이내에 귀가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만큼 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치료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통원치료비 특약은 20만~30만원인 반면, 입원의료비는 3000만~5000만원으로 입원이 꼭 필요한 치료에만 적용되는 것이 옳다"며 "일부 병원에서 백내장수술로 입원 확인서를 발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판결로 무분별한 입원보험금 지급 요청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이번 판결로 인한 유불리를 떠나 환자들의 민원으로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의료기관은 보험금 지급과 관계없는 제 3자인데 현장에서 피해가 생기고 있는 만큼, 보험업계에서 관련 기준을 명확히 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해야 한다는 것.
한 안과 전문의는 "최근 보험금 지급여부를 문의하는 환자가 많은데 의료기관은 보험지급 당사자가 아니다"며 "알려진 내용이 없으니 명확한 답변을 줄 수도 없는데 관련 불만을 일선 의료진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한안과의사회 황홍석 회장은 "기존 백내장수술 보험금 지급 기준이 바뀔 가능성이 큰데, 보험사가 적극적으로 나서 가입자에게 '입원의료비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니 주의하라'는 안내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2심 판결 이후 백내장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많은데, 향후 이들에게 지급된 보험금에 대해 반환청구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법조계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로 봤을 때 보험사가 입원치료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이 더 타당하다고 봤다. 입원 기준을 해석하기 위해 보험약관상에 없는 보건복지부 고시를 끌고 오는 것은 가입자에게 불리한 해석인 만큼 관련 법률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2심에서 보험사가 승소한 이유는 백내장수술이 보건복지부 고시 상 입원 기준에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고시는 국민건강보험에 적용되는 내용인데 이와 무관한 실손보험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 향후 벌어질 3심에서 2심 판결이 다시 뒤집힐 수도 있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중용 최종원 변호사는 "가입자들은 실손보험 약관상에 명시된 입원 기준이 보건복지부 고시라고 생각할 수 없는 만큼 관련 해석이 더 엄격해야 한다"며 "보건복지부 고시는 국민건강보험이 따르는 것인데 이는 실손보험과 성격이 다른 만큼 관련 보험금 산정이 약관에 명시된 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