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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전문의 335명 불과…차기 정부 외상센터 관심 절실'

발행날짜: 2022-03-10 05:20:00 업데이트: 2022-03-11 16:21:56

외상학회 박찬용 이사장, 외상환자로 국한된 진료범위 확대 '필요'
동료 의사 사망 경종, 근무여건 설문 준비 "외상시스템 재검토해야"

대학병원 내부의 외딴 섬으로 상징되는 외상센터의 모습이 달라졌을까.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를 운영 중인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외상환자 치료를 위해 지금도 24시간, 365일 대기 상태이다.

외상학회 박찬용 이사장.

대한외상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병원 외과 박찬용 교수(50, 1973년생)를 지난 8일 만나 외상센터의 현 상황과 개선 방향을 들어봤다.

올해 1월 취임한 박찬용 이사장은 전남의대 졸업(1998년) 후 전남대병원 외상외과 과장과 부산대병원 외상외과 및 응급의학과 교수, 원광대병원 외상외과 과장을 거쳐 지난해 서울대병원 외과 외상분과 부교수로 임용됐다.

그는 영호남 대학병원 권역외상센터 지정 시 초기 투입되어 의료진 소속감 및 역량 강화, 술기 교육 등 외상센터 조기 안정화의 숨은 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찬용 이사장은 "그동안 지방 대학병원 권역외상센터 세팅과 안착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에서 자체 운영 중인 외상센터라는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고 있다"고 외상센터에 대한 열정을 피력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2년부터 권역외상센터를 순차적으로 지정해 17개 기관을 선정했고, 현재 15개 기관이 운영 중이다.

박찬용 이사장은 "정부의 권역외상센터 사업이 올해 10년을 맞는다. 지난 10년간 권역외상센터 역할과 중증외상환자 치료 변화를 돌아보고 향후 방향성을 찾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1985년 창립된 외상학회가 곧 40주년을 맞이하기에 학회 40년사 발간 준비 작업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권역외상센터 핵심은 의료진이다. 이중 외상외과 세부전문의들이 역할이 지대하다.

■외상학 세부전문의 급감…진료과 확대·명칭 변경 등 타개 '안간힘'

지난 10년간 외상외과 세부전문의 배출은 많이 늘었을까.

권역외상센터 사업 준비기간인 2010년 외상 세부전문의는 86명으로 화려한 미래를 예고했다. 하지만 2013년 11명, 2015년 40명, 2018년 21명, 2019년 18명, 2020년 6명 등으로 급속히 감소했다.

당시 외상학회와 복지부에 비상이 걸렸다. 세부전문의 감소는 권역외상센터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외상외과 세부전문의 진료과를 외과와 흉부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에서 응급의학과와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으로 확대했고, 명칭도 '외상학'으로 변경했다.

2021년 15명, 2022년 24명의 외상학 세부전문의가 늘어났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외상학 세부전문의 수는 총 335명이다.

박찬용 이사장은 "정부에서 외상 전담전문의에 대해 권역외상센터 당 28명까지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 인력을 다 채운 센터는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2년 전 외상학으로 명칭을 개편해 올해 응급의학과 6명, 영상의학과(인터벤션) 1명 등을 포함해 24명의 세부전문의를 배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담전문의가 외상환자 이외 진료를 못하게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수술과 시술에 대한 임상경험을 하기 어려운 부분도 세부전문의 지원을 꺼리는 요인"이라며 "인력과 여건이 가능한 센터별 전담전문의 진료 범위 확대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권역외상센터 전담전문의들의 신분적 불안감은 현재 진행형이다.

2017년 기준, 권역외상센터 전담전문의 중 교원 비율은 19.8%에 불과한 계약직 진료교수이다.

박 이사장은 "이전에 비해 외상센터 전담전문의 교원 임용은 늘고 있지만 국립대병원과 사립대병원, 비 대학병원 전담전문의들의 신분적 안정화를 위한 개선대책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외상이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외상 전담전문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병원 분위기도 개선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찬용 이사장은 영호남 대학병원 권역외상센터 지정 초기 교수로 근무하며 센터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병원들의 인식 전환을 위한 타개책으로 수가 개선을 주문했다.

박찬용 이사장은 "외상 레벨 분류에 따른 수가 개선이 필요하다. 병원들이 코로나 사태 초기 환자 진료에 소극적이었다가 어는 정도 적극성을 띠게 된 것은 사명감도 있지만 수가도 상당 부분 기여했을 것이다. 병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코로나 사태가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외상학회는 상반기 중 전국 외상학 전문의 대상 설문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1월 모 권역외상센터 전담전문의가 출근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은 외상 동료 의사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올해 1월 외상 전문의 사망 사고 "병원에서 인정받고 일할 여건 시급"

박찬용 이사장은 "외상센터는 24시간 당직체계를 유지해야 하므로 인력 유출에 따른 피로도는 또 다른 인력 유출을 불러온다. 지난 1월, 40대 가장인 전담전문의 사망은 외상 의사들에게 안타까움과 함께 남의 일이 아니라는 위기감을 불러왔다"고 전했다.

박 이사장은 "외상센터 의료진 처우개선 이야기는 자주 있지만 근무 실태나 만족도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권역외상센터 사업 10주기와 전담전문의 사망 사고와 관련 외상학회에서 설문조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방가능한 외상 사망률 개선 등 수치에만 연연하고 외상센터의 본질적 개선을 외면하는 정부에 쓴 소리를 했다.

박찬용 이사장은 "지난 2018년 정부는 중증외상 진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한 후 아무런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외상 진료체계와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은 개선되고 있지만 선진국 수준에 이르기까지 갈 길은 멀다"면서 "병원들이 외상 진료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전국 335명의 외상 전문의들이 병원에서 인정받고 일할 수 있도록 외상 시스템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이사장은 "차기 정부에서 중증 외상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기 위해 국회, 정부, 의료계 그리고 국민들의 외상센터에 대한 관심과 격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