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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신장실 운영 권고안…병‧의원 함께 만들어가야죠"

발행날짜: 2022-03-14 05:10:00

신장학회 양철우 이사장, 투석환자 의료 질 관리 필요성 강조
병협 등 공급자단체들과 반대의견 "문제점 함께 해결하자"

지난 3년간 감마, 델타, 오미크론 등 코로나 감염병이 진화하며 국내 유행의 정점이 치닫는 때마다 의료 현장 대표적 감염 취약지대는 일선 병‧의원 인공신장실이었다.

이 때문에 혈액투석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은 보건당국에 코로나 발생 이전부터 인공신장실 의료 질 관리방안 도입을 끊임없이 정부에 요구해왔다.

간절함이 통한 걸까. 보건복지부는 최근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인공신장실 설치 및 운영 세부기준 권고안'(초안)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대한신장학회 양철우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63)은 14일 일선 병‧의원의 인공신장실의 질 담보를 위해서라도 정부차원의 권고안 추진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팍스로비드 못 쓰는 투석환자, 질 관리 필수적"

신장학회에 따르면, 국내 투석환자 비율은 지난 10년간 두 배 가량 증가했다. 2019년 말기 신부전 유병 환자는 총 10만명을 초과했고, 이 중 75.1%에 해당하는 8만 1760명의 환자가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

투석환자의 증가는 인구 고령화와 당뇨, 고혈압 등 만성 신장 질환 환자의 증가와 맞물려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2018년 연간 2조 6000억원이었던 투석 관련 건강보험 진료비가 올해 한 해만 3조 5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하지만 신장학회는 국내 투석환자의 증가와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4%에 달하는 의료비 투입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의료 질적으로는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오는 5월 임기를 마무리할 예정인 신장학회 양철우 이사장은 지난 2년의 임기동안 인공신장실 설치 기준 권고안 마련에 힘을 써 왔다.

실제로 201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행한 혈액투석 적정성평가에 따르면, 인공신장실에 근무하는 전체 의사 중 투석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 비율은 75%에 불과하다. 특히 의료현장에 1400명에 가까인 투석전문의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요양병원의 50% 이상에서는 투석전문의가 1명도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 때문에 신장학회는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전파 방지 대책으로라도 인공신장실 근무 의료인의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철우 이사장은 "오미크론 대유행 속에서 현재의 대응시스템으로는 급증하는 확진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서 "여러 가지 코로나 치료제들이 나오고 있지만 투석환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제는 제한적"이라고 별도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경증 환자에서 사용 중인 팍스로비드는 신기능 저하자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며 "방역 당국에서도 외래투석센터 설치와 같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강화된 대책이 필요하다. 투석환자가 코로나에 감염되면 일반인에 비해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인공신장실 질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신장학회 요구에 응답한 복지부

다행스럽게도 이 같은 신장학회의 노력에 복지부가 응답했다.

복지부는 신장학회와의 논의를 거쳐 '인공신장실 설치 및 운영 세부기준 권고안'을 마침내 마련하고 대한병원협회, 요양병원협회 등과 협의를 거치고 있기 때문이다.

양 이사장은 권고안을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병원협회 등과 함께 해결해나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고안에서서는 일선 병‧의원 인공신장실에 근무하는 의사 기준을 신장 분야 분과 전문의 그리고 내과와 소아청소년 전문의 취득 후 혈액투석 분야를 1년 이상 수련한 의사 등으로 규정했다.

혈액투석 의사 자격을 진료과와 무관한 의사에서 신장내과 전문의 또는 내과와 소아청소년과 혈액투석 수련 의사로 범위를 좁힌 것이다.

또 권고안에 담긴 인공신장실 시설 기준을 보면, 병상 1개당 면적을 최소 6제곱미터 이상으로 규정했으며, 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별도 단위 독립과 비상구 확보 그리고 종합병원 이상은 1개 이상 격리실 설치 등을 의무기준으로 했다.

운영기준의 경우, 응급처지를 위한 후두경을 비롯해 엠부백(마스크 포함), 산소 및 산소 공급 장치, 흡인기, 심전도 감시 장치, 심실제세동기를 갖추도록 명시했다.

권고안인 탓에 의료기관에 법적인 의무화를 요구할 수 없지만 정부 차원의 인공신장실 운영기준을 병‧의원에 요구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

하지만 권고안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인공신장실 운영과 관련해 의료 공급자적 입장에 서 있는 병원협회와 요양병원협회, 의사협회 등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논의 과정에서 신장학회는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의료접근성 면에서 한계가 분명한 의료취약지역의 경우는 권고안의 예외로 하는 의견을 복지부에 제시했다.

양 이사장은 "현재 복지부가 권고안을 마련해서 유관학회와 단체의 의견 수렴을 받는 과정이다. 공급자적 입장에서 이를 반대하는 곳도 있다"며 "물론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의료현실을 무시했다고 지적할 수 있지만. 권고안인 만큼 우선 해보고 문제점이 있으면 이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권고안 정착을 위해 전국 인공신장실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질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며 "병원이나 학회가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확정 시 권고안을 적용하면서 드러나는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