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는 줄었고 내과 계열 개원가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았다. 특히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개원가는 각종 통계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좀처럼 끝나지 않고 있고,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던 일선 개원가에도 가뭄의 단비 같은 수익 보전 기회가 찾아왔다.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이 바로 그 기회다. 정부는 예방접종 확대를 위해 지난해 2분기부터 일선 개원가에 백신 접종을 위탁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2월 6일까지 예방접종은 1억1697만2398건이 시행됐다. 이 중 68.3%인 7987만3035건은 개원가에서 이뤄졌다. 종별 기록을 보면 요양병원이 1997만건, 병원 936만건, 종합병원 512만건 순이었다.
의원급 참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2분기부터 예방접종 건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1분기만 해도 3만건에 불과했던 의원급 예방접종 건수는 2분기 918만건으로 300배 이상 증가했다. 3분기는 2926만건을 기록하면서 역시나 318배 이상 폭증했다. 지난해 4분기는 3126만건으로 역시나 증가추세를 기록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의원 1만3283곳이 백신 접종에 참여했는데 1년 2개월 동안 의원 한 곳당 6013건씩 접종을 실시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올해 2월 6일까지 의원급에서 실시한 예방접종의 절반 이상(59%)은 내과,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의원에서 이뤄졌다.
같은 기간 내과 의원에서 실시한 예방접종 건수는 2233만7191건으로 가장 많았고 소아청소년과 1273만8032건, 이비인후과 1193만7330건 순이었다.
의원급에서 예방접종비는 가뭄의 단비 역할을 했을까. 예방접종 실시 건수와 시행비 건당 1만9220원을 곱해 비용 규모를 단순 계산해봤다.
의원급에서 가져간 예방접종비는 총 1조5351억원으로 나타났다. 진료과별로 세분화해보면 비용은 건수에 비례하기 때문에 내과가 429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소아청소년과 2448억원, 이비인후과 2294억원 순이었다.
내과 전문의인 한 시도의사회 임원은 "코로나로 환자가 많이 줄었고 특히 검진을 주로 하는 곳은 60% 이상 감소할 정도로 타격이 심했다"라며 "백신 접종으로 손실을 그나마 만회할 수 있었다. 문을 닫을 위기에서 숨이라도 쉴 수 있는 지경은 됐다"라고 진단했다.
서울 한 소청과 개원의도 "코로나 백신 접종은 끝도 없이 추락하는 소청과 경영 상황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라면서 "접종비 미지급 등의 행정적인 문제도 분명 있긴 하지만 소청과 입장에서는 위험을무릅쓰고라도 정부 방침을 적극 따를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20조 흑자 건보재정 이상 없을까…돈 나갈 일만 줄줄
국가에서 지출하는 비용의 증가는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성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실시된 예방접종 건수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2조2482억원에 달한다.
올해부터는 예방접종 비용을 국가와 지자체가 분담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는 예방접종비의 70%를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예방접종 건수만 놓고 계산해도 예방접종비로만 2조235억원 이상이 나갔고, 이 중 70%인 1조4165억원은 건보 재정에서 썼다.
코로나19 진단을 위한 PCR 검사도 확진자 증가에 따라 건보재정 부담이 증가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동안 647만4000명에 대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했고 6026억원의 국비가 투입됐다. 이 중 건보공단 부담금은 절반이 넘는 3504억원이었다. 2년 동안 쓴 국비 중 80%가 지난해에 쓴 돈이다. 지난해 550만9000명에게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했고 4876억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건보공단 부당금은 2810억원이다.
예방접종비와 PCR 진단비만 합쳐도 그 비용은 1조7000억원을 넘어선다. 여기에다 올해부터는 신속항원검사(RAT)와 재택치료도 개원가로 확대됐다.
지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정부가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신속항원검사 비용을 다음달 3일까지 두 달 동안 8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월 4000억원씩 나간다는 계산을 한 것. 확진자가 40만명을 넘어서고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알 수 없는 과정에서 이 추산마저도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
2조원에 달하는 비용은 지난해 요양급여비 지출액인 76조원에 놓고 보면 비중이 크지 않다.
하지만 해마다 공급자 단체가 0.1%라도 더 올리기 위해 건보공단과 밤을 새워가며 밀고 당기면서 결정하는 수가협상을 떠올려보면 적은 액수가 아니다. 올해 수가인상률은 2.09%로 건보재정 1조666억원을 투입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과 진단에 쓰인 2조원이라는 금액은 더 높은 수가 인상을 가능케 하는 금액이다.
건강보험료도 1% 인상하면 6500억원의 수입이 추가로 생기는데 2조원이라는 금액은 건보료 인상률로 확보할 수 있는 추가 재정과 비교하면 적은 금액이 아니다.
의료 이용률이 줄어들면서 건보재정은 당기수지 20조원이라는 유례없는 흑자를 기록했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실제 건보공단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의료이용률이 줄면서 건보재정을 세이브한 것은 맞다"면서도 "확진자가 계속 급증하고 정점 예측도 어려운 상황에서 재택의료에 신속항원검사 등 앞으로 지출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지금은 갖고 있는 게 맞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올해 예정된 부과체계 2단계 개편으로 재정은 연간 2조원씩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방역체계가 전환되면 의료이용률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라며 "고령화, 보장성 확대 등도 감안해 1년에 3조~4조원씩 줄어든다는 계산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흑자 기조를 유지한다는 보장도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