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 동안 위암 개복 수술과 복강경 수술의 동등한 효과를 입증했다면 지금은 복강경 수술의 합당한 수가개선 등 선순환이 필요하다."
서울대병원 외과 양한광 교수(62)는 최근 메디칼타임즈 등 전문언론과 간담회에서 저수가로 일관하는 외과 수술의 새로운 가치 부여 필요성을 주장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위암 수술 권위자인 양한광 교수는 최근 열린 국제위암학회 집행위원회(IGCC)에서 한국 의사 출신 처음으로 차기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임기는 2023년 6월부터 4년.
국제위암학회(IGCA)는 위암 분야 세계 최고 학술단체로 1995년 일본 외과 의사들 중심으로 설립되어 위임 예방과 진단, 치료, 연구 국제학술대회 그리고 위암병기분류제정 등 전세계 위암 진료과 수술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차기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양한광 교수(1960년생)는 서울의대 졸업(1984년) 후 서울대병원 위암센터장, 외과 과장, 위암학회 이사장, 종양외과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암학회 이사장 및 서울대 암병원장을 맡고 있다.
양한광 교수는 "그동안 국제위암학회 사무총장을 일본에서 맡아왔다는 점에서 저의 사무총장 임명은 한국 의료진들의 우수한 위암 치료 및 연구 실력을 세계에서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국제위암학회 종주국인 일본에서 양한광 교수를 사무총장으로 추천한 이유는 무엇일까.
■종주국 일본 양한광 교수 사무총장 추천 "한국 위암 술기 위상 입증"
양 교수는 한국 위암 수술 대부인 서울대병원 외과 고 김진복 교수의 지도하에 2007년 국제위암학회 재무담당 임원으로 첫 발을 디뎠다.
양한광 교수는 "사무총장 선출은 저 혼자만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 위암 분야 교수들이 한국 위암 분야 위상을 높였기에 가능했다"며 "경쟁 관계가 아닌 위암 발전에 기여한 동료들에게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국제위암학회 회원 중 일본이 477명, 중국 446명, 한국 186명 등이 다수를 차지하나, 학회 집행부 임원은 일본 6명, 한국 4명, 중국 2명 및 미국 4명 등으로 한국 외과 의사들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양한광 교수는 "온라인으로 열린 국제위암학회 집행위원회에서 일본 사무총장이 저를 차기 사무총장으로 추대했고 회원국 만장일치로 의결됐다"며 "한국 위암 외과 의사들의 역할이 확대됐음을 일본과 전세계 의사들 모두 인정한 셈"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전세계 위암 환자는 연간 100만명 수준으로 이중 아시아 국가에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연간 3만명의 위암 환자가 신규 등록되고 있다.
양 교수는 "한국인 사망 원인 1위인 위암 발생은 고령화로 매년 늘고 있다. 다행인 점은 건강검진 활성화로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전하고 "5년 생존율은 한국이 68.9%로 일본 60.3%를 능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암 수술 투자·연구 지원 시급 "위암 발전 불구 외과 지속가능성 불확실"
국제위암학회 사무총장을 배출한 한국의 외과 현실은 여전히 암울하다.
양한광 교수는 "한국 위암 술기 발전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외과 의사들은 그동안 열정 페이로 수술을 해왔다"면서 "올해 서울대병원 위장관 외과 전임의 2명을 선발했다. 그동안 신약 개발에 쏟아 부은 수 백 억원의 10분의 1만 외과에 투입했어도 이처럼 상황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혁신 항암제 개발과 AI(인공지능) 개발 등 다 좋다. 암 치료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외과에 대한 투자와 연구지원을 한다면 암 수술의 발전 속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 위암 수술은 집도 교수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전임의, 간호사 등 최소 6명의 의료진이 투입된다.
양한광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위암 의사들이 개복 수술과 복강경 수술 동등한 효과를 위한 근거를 연구해 제시했다.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면 이제 복강경 수술의 수가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 20년 외과 의사들의 노력을 정부가 인정하고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교수는 "위암 복강경 수술 수가는 투입된 의료진 노동력과 수술 소모품 등을 합쳐 200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일본 위암 수술 수가의 5배. 미국과 10배 차이"라며 "적어도 일본 수준의 수술 수가 수준으로 가야 한다. 의사협회도 왜곡된 외과 분야 수술 수가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6월 국제위암학회 사무총장 취임 이후 개도국 위암 술기 확산에 주력할 예정이다.
양한광 교수는 "개발도상국 위암 의료진 교육과 암 환자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통로 역할을 하겠다"며 "국제위암학회 사무처 활성화를 위한 차세대 의사 기용 등 국제화에 걸 맞는 세계학회 위상과 역할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