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분과전문의를 포기한 지 오래다. 과거처럼 대학병원 전임교수를 원해 분과전문의를 취득하는 젊은 외과의사는 일부에 불과하다."
서울지역 대학병원 외과 A 진료전담교수는 분과전문의를 바라보는 젊은 외과 의사들의 시각을 이같이 밝혔다.
전공의 기피과로 전락한 외과의 분과전문의 배출 역시 동반 추락하는 상황이다.
27일 메디칼타임즈가 국회를 통해 입수한 '최근 5년 외과 분과전문의 합격자 현황'에 따르면, 2017년 187명에 달한 분과전문의 배출이 2021년 58명으로 대폭 줄었다.
5년 사이 분과전문의 전체 합격자 인원수가 69% 감소한 셈이다.
외과는 외과 전문의 외에 간담췌와 내분비, 대장항문, 소아, 위장관, 유방, 혈관 등 7개 세부 분과전문의를 운영 중이다.
■내분비 6명·위장관 5명·혈관 3명 등 명맥 유지…소아외과 ‘0명’
외과 세부 분과별 양극화도 가속됐다.
갑상선 수술을 맡고 있는 내분비외과는 배출 첫 해인 2017년 78명으로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2018년 13명, 2019년 5명, 2020년 6명, 2021년 6명으로 대폭 줄었다.
선천형 기형을 전담하는 소아외과의 경우, 2017년 1명, 2018년 2명, 2019년 5명, 2020년 4명으로 유지되다 2021년 지원자 '0명'이라는 초유 사태를 기록했다.
위암 수술인 위장관외과는 2017년 18명에서 2021년 5명으로, 혈관외과 2017년 15명에서 2021년 3명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반면, 유방외과는 합격자 수가 줄고 있지만 올해 18명으로 7개 분과 중 최고치를 보였다.
간담췌외과는 16명, 대장항문외과는 10명 등 두 자리 수 분과전문의 배출을 이어갔다.
분과전문의 제도는 의료기술 발전에 따른 전문과목 세부전공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대한의학회와 전문과학회 인준을 거쳐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다.
외과 분과전문의 합격자 급감은 소아외과를 비롯해 7개 질환 분야를 전문적으로 수술할 소위 '칼잡이'가 사라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A 진료교수는 "분과전문의를 취득하기 위해 노력과 시간, 비용이 투입된다. 하지만 분과전문의가 되더라도 외과전문의와 다를 게 없다"면서 "과거처럼 분과전문의를 지원하는 비율은 전문의 동기 중 20%도 안 된다"고 말했다.
40대인 B 외과 봉직의는 "대형병원 전임 교수조차 중도 사직하는 상황에서 젊은 외과의사들의 생각은 과거와 다르다"고 전하고 "힘든 수술과 낮은 수가, 법적 소송보다 편하고 장래가 보장되는 병원 봉직의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젊은 외과의사들 "힘든 수술·저수가·법적 소송…분과전문의 왜 하나"
외과학회는 분과전문의 사태의 심각성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하고 제도개선 논의를 하고 있으나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다.
이우용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은 "진행 중인 3차 상대가치개편 총점 고정 원칙을 고수하면 답이 없다. 복지부는 고난도 수술 행위 상대가치점수 개선을 약속했지만, 총점 고정으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진료과와 합의 도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외과학회는 절대가치 등 별도 수가 신설 등을 복지부에 건의한 상태이다.
그는 "수술 의사를 위한 절대가치 점수를 신설해 수가에 반영해야 필수의료 외과 분야를 살릴 수 있다"면서 "정부의 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우용 이사장은 "복지부는 말로만 수술 수가 인상을 외칠 뿐 실제 실행 의지가 없어 보인다. 분과전문의 감소에 따른 피해는 결국 환자와 국민들에게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