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 환자 진료 후 부목이나 캐스트 등의 의료 행위를 간호조무사에게 지시한 신경외과 개원의가 의료법 위반으로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현지조사를 통해 같은 이유로 이 의료기관에 대해 업무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법원은 복지부의 행정처분을 취소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원장의 처방 이후 간호조무사가 한 의료행위 중 '부목'은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이 원장의 부당청구 금액은 줄어들게 됐고, 부당청구 비율이 감소하면서 행정처분 대상이 되지 않는 범주에까지 들어가게 된 것이다.
경상북도에서 신경외과의원을 운영 중인 W원장은 현지조사를 통해 부당청구 금액 1530만원 환수, 업무정지 10일의 처분을 받았다. 부당청구 내용은 무자격자인 간호조무사가 실시한 처치료 1440만원, 진찰료 산정기준 위반 60만원, 주사료 등 거짓청구 29만원이었다. 부당비율은 0.55%로 복지부는 이를 반영해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부당청구 금액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게 간호조무사가 실시한 부목과 캐스트 처치. 간호조무사가 실시한 후 청구한 처치료 중 부목 처치료는 87%에 달하는 1256만원 수준이었다.
W원장은 "간호조무사로서 의사의 구체적인 지시와 감독 하에 석고붕대 또는 부목 처치를 했다"라며 "특히 해당 간호조무사는 2급 응급구조사 자격을 갖고 있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사의 지시를 받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응급처치"라고 항변했다.
실제 W원장은 환자를 직접 대면해 증상이 있는 부위를 관찰한 후 필요한 경우 엑스레이 촬영을 거쳐 진단을 내렸다. 환자 상태에 따라 정도가 심하지 않아 부목 처치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판단, 처방하면 간호조무사는 처치실에서 부목 처치를 했다.
복지부는 "부목 처치는 부위별로 서로 다른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부위별로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라며 "간호조무사는 부위를 가리지 않고 모든 부목 처치를 독자적으로 시행했으니 모두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라고 반박했다.
대전지방법원 행정 1단독(판사 이창경)은 간호조무사가 한 처치 행위를 부목과 캐스트(cast)로 나눠서 판단해 W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복지부는 항소를 포기하면서 법원 결정은 그대로 확정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부목 처치는 환부의 단면에 한해 합성수지 등으로 지지대를 만들어 대고 탄력붕대를 감는 방법이다. 고도의 의학적 판단이나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 없는 비교적 간단하다. 환자 스스로도 붕대를 풀었다가 다시 감을 수 있는 정도로 난이도가 높지 않은 시술이다. 통상적으로 증상이 심하지 않은 안정형 골절, 염좌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캐스트는 환부가 있는 뼈나 관절 부위 둘레에 전체적으로 석고붕대를 감고 이를 굳혀서 고정시키는 방법이다. 이는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서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에게 지시하거나 위임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현재 정부는 진료지원인력의 양성화를 위한 타당성 검증 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 복지부의 의뢰로 진행된 연구용역 보고서에서도 캐스트는 의사가 직접 해야 할 의료행위이지만 부목(스프린트, 반깁스)은 진료지원인력이 해도 무방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편, 법원의 판단으로 W원장이 부목 처치 행위로 인한 부당청구 금액이 1440만원에서 184만원으로 급감했고, 부당비율 역시 0.0998%로 줄었다. 행정처분의 기준이 되는 부당비율 0.5%에 한참 미치지 못하면서 행정처분도 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