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를 둘러싼 한의계와 의과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법조계 또한 어느 쪽 주장이 더 타당한지를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 갈등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메디칼타임즈가 지난 28일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 현황 및 코로나19 전화상담 병·의원을 파악한 결과 전국에서 RAT와 재택치료를 진행하는 한의원은 총 7곳이었다. 재택치료자 관리를 진행하는 한의진료기관은 한의원이 8곳 한방병원이 16곳이다.
조사결과 이들 기관은 의사를 고용한 한방병원이거나 한의계·의과계 복수면허자, 한의사와 의사가 함께 개원한 경우로 나타났다. 이밖에 한방병원과 연계된 의과의원도 일부 있었다.
RAT와 재택치료자 관리는 의과계를 통해서만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 정부 방침인 만큼 한의사가 단독으로 참여하는 것은 제한된 모습이다.
각 한의원의 의과계 진료과목을 보면 내과·소아청소년과·이비인후과인 경우도 있었지만, 정형외과 진료만 보는 곳도 적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RAT 참여기관의 진료과에 제한을 두지 않다가, 지난 18일부터 이비인후과·내과·가정의학과·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있는 의료기관만 신청하도록 방침을 바꿨다. 기존부터 참여했던 기관은 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도 검사를 지속하는 것에 제동이 없는 상황이다.
재택치료 관리는 관련 인력이 충분한 한방병원 비중이 컸다. 특히 한방병원은 의·한 협진을 위해 의사를 고용한 경우가 많아 제한이 없었다. 실제 의·한 협진 3단계 시범사업 기관 명단에 포함된 한병병원이 재택치료를 진행 중인 경우도 있다. 다만 의사가 있다고 해도 한방병원의 RAT는 제한된 상황이다.
지역별로 보면 코로나19 대응에 참여한 한의진료기관은 경기도 11곳, 서울특별시 8곳, 경상남도·전라북도 6곳, 부산광역시 3곳, 충청북도·충청남도 3곳 순이다. 경기도 안산시에서만 5곳의 한의진료기관이 참여한 것이 눈에 띄었다.
의료계에선 한의사 RAT 참여를 두고 각축전이 한창이다. 한의계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한의사의 감염병 대응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의과계는 의료법 제27조에 따라 한의사 RAT는 면허 범위를 침범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정부는 한의사 단독으로 이뤄지는 RAT는 확진 판정 및 급여인정을 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초기엔 한의사가 확진자를 신고하는 '코로나19정보관리시스템' 접근 권한을 받는 것엔 제약이 없이 이를 통한 확진자 신고가 이뤄지기도 했다.
다만 관련 문제가 알려진 뒤 방역당국이 일부 한의원의 시스템 접근 권한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한의계가 행정소송을 예고한 상황이다.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한의사협회가 지난 27일 열린 제66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한의사 RAT 시행을 결의한 것에 이어 전국시도지부장협의회 역시 이날 오전 성명서를 발표하고 전국 한의사들이 역시 여기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양쪽 주장이 어느정도 타당해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만약 의과계가 RAT를 진행하는 한의사를 고발한다고 해도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
한의사 역시 의료법상 지배를 받는 직역이어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고, 코를 찌르는 등의 침습적인 행위가 허용된다는 이유에서다. 또 관련 법령이 한의사의 감염병 환자 진단 및 치료를 책무와 권리로 명시한 것도 주효하다고 봤다.
한의사·의사의 면허 범위를 구분하는 판례인 혈액·소변검사 관련 광주지방법원 선고 역시, 허위로 협진의뢰서를 받아낸 문제가 껴있어 RAT 사안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의사가 RAT에서 양성 판정이 나온 환자에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전제했다.
법무법인 중용 최종원 변호사는 "RAT 검사결과를 판단하는데 전문적인 분석이 필요한 게 아니어서 한의사가 진행하는 것이 의료법을 위반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다만 진단과 치료의 연계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의과계 판단이 타당하며 방역당국 역시 이를 근거로 의과계의 손을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코로나19가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위험성이 있는 질환이냐는 것은 생각해봐야 한다"라며 "원칙적으론 의과계가 타당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하면 한의계의 주장도 틀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