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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성장 딜레마 '인력난'…악순환 고리 해법은?

발행날짜: 2022-04-04 05:30:00 업데이트: 2022-04-04 10:48:35

[바이오헬스NOW]개발부터 인허가까지 분야 인력 부족 난제
신규 인력 양성 vs 전문 인력 채용 딜레마…"장기 플랜 중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급속한 성장세에 맞춰 늘 난제로 꼽히는 이슈 중 하나는 인력 부족에 대한 문제다.

이러한 인력 부족 문제는 기존 제약바이오기업에서부터 시작해 바이오벤처 창업이 늘면서 더욱 심각해 지고 있는 것이 현실.

여기에 더해 각 기업들은 단순히 인력 확충을 떠나 개발 중인 신약에 맞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찾는 것이 더욱 어렵다고 호소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단기적인 인력 유인책과 함께 긴 호흡의 인력 양성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 현재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물론 산업계의 자구책이 시너지가 나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바이오산업 인력 매년 증가세 불구 여전한 '인력 부족'

1일 제약바이오산업계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약바이오산업이 성장하면서 전문 인력 부족 문제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해에만 협회 회원사 교류회를 통해 약 100여명의 CEO 또는 임원들이 참여해 애로 사항을 공유한 결과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진 공통적인 문제는 인력 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역량 있는 인력을 채용하기 어렵다는 점과 핵심 인력들의 이직으로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2018년도부터 바이오분야는 벤처캐피탈 신규 투자 규모 전체 업종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민간 자금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며 "바이오기업의 IPO 확대 등 성공 사례가 증가로 바이오분야 창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기존 대기업들도 투자를 늘려가면서 인력 채용이 활발해지고 인력 부족현상이 심화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제약바이오산업 성장에 따라 인력요구도가 늘어나면서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인력 자체는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바이오협회가 최근 발간한 '2020년 기준 국내 바이오산업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살펴보면 2019년 4만8683명이었던 바이오산업 인력은 2020년 5만3546명으로 약 5000명가량(10%) 증가했다. 이는 2018년에서 2019년 당시 약 2000명이 증가한 것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또한 실태조사에 응한 939개 기업 중 68.9%가 바이오산업부문 인력채용 계획이 있다고 응답해 한동안 바이오인력 채용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바이오협회 2020년 기준 국내 바이오산업 실태조사 결과보고서 일부발췌.

다르게 해석하면 산업 인력 풀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산업이 요구하는 인력 요구도를 채우지 못하고 있거나 기업별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당연한 말이지만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인지도 부족과 처우 문제로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청년들의 수도권 선호 현상으로 기업규모를 떠나 지방에 소재한 바이오기업들은 인재 확보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AI신약을 개발 중인 바이오사 A대표는 "인력부족 문제는 기업의 크기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인 것 같다"며 “다만 같은 보수라도 상대적으로 더 큰 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에 원하는 직군을 뽑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임상개발부터 마케팅까지 필요한 인력도 다양

바이오벤처기업의 핵심은 신약개발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전문 분야가 존재한다. 기업이 가장 부족을 호소하는 분야는 어디일까?

임상개발 분야에서 가장 많은 인력을 요구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인허가부터 마케팅까지 광범위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한국바이오협회의 시각이다.

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직종과 직무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분야에서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임상개발의 경우 인력이 늘 부족하다"며 "또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마케팅 인력이 부족하다는 호소도 빈번한데 경험과 노하우가 중요해 교육프로그램만으로는 커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바이오업계는 신약개발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이 늘어나면서 인허가 인력의 부족을 지속적으로 호소하는 모습이다.

바이오업계 B관계자는 "인허가 인력은 늘 부족하고 신입사원 채용으로는 요구되는 퍼포먼스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경력직을 선호하게 된다"며 "결국 한정된 인재 풀에서 서로 뺏고 빼앗기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기업들이 신규인력을 채용해 성장시키기보다 당장 써먹을 수 인력을 요구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내부 인력 양성 시 발생하는 이직 부담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도 내부적인 고민 중 하나다"고 밝혔다.

자료사진

또한 인허가 인력에 대한 문제는 기업뿐만 아니라 이를 심사하는 규제기관 즉,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달 2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바이오헬스 산업의 핵심인 첨단 과학기술 기반 의료제품의 신뢰성 검증과 신속한 제품화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예측 가능한 심사기준의 선제적 마련을 강조했다.

기존에 사례가 없던 첨단바이오의약품의 등장에 맞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미. 이는 바이오사가 느끼는 애로사항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기존에 제품화된 사례가 없던 신약개발을 시도하고 있는 바이오기업의 경우 임상허가를 받거나 GMP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허들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

결국 기업 내의 인허가 인력뿐만 아니라 이를 심사하는 규제기관의 인력 확충도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엑소좀 신약개발 기업 C대표는 "첨단의약품 개발은 가이드가 없는 겨우 임상허가를 받는 과정부터 허들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다양한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심사전문 인력이 보강되는 등의 노력이 동반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다국적제약사 D관계자는 "국내 규제가 글로벌 수준을 맞추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문심사인력이 확보돼야 하지만 인력규모는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코로나 상황에서 봤듯이 제한된 인원으로는 허가지연이 불가피한 만큼 선진제도를 가져가기 위해 충분한 전문인력 보강이 시급하다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바이오 인력 양성 결국 '민‧관‧학' 연계 장기플랜

제약바이오업계 전반에서 전문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만큼 인력 양성을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결국 업계가 요구하는 인력의 요구도와 지원을 통해 이뤄지는 인재양성의 간격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향후 바이오인력양성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바이오협회 고한승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밝힌 것처럼 성장하는 바이오산업이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내실을 다지는 측면에서도 이를 뒷받침 하는 인력양성은 시급한 문제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지난 1월 최근 5년간 다양한 인력양성 및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1330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했다고 밝혔다.

협회가 운영 중인 프로그램은 크게 2가지로 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을 교육해 지원하고 재직자를 재교육하는 방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정부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바이오헬스규제학과를 통한 규제인력양성과 최근 WHO가 대한민국을 글로벌 바이오 인력 양성 허브로 선정 등을 통해 장기적 비전을 가진 인력양성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는 정부와 기업 등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언급됐다.

FDC규제과학회 손여원 회장은 "인력 양성을 지금 시작하지만 졸업까지도 몇 년이 걸리고 규제과학 제도변화에 대한 부처 간 시각도 맞춰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며 "인재양성은 지속적으로 오래 갈 수 있는 방법이지 바로 효과가 나는 방법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일부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인력양성에 필요한 인프라와 전문가를 감당할 수 있는 만큼 협업을 보다 활성화 시켜 시너지를 내야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에서 바이오 인력양성에 관심을 두고 투자를 계속 늘려왔지만 산업 자체가 성장세 속에 계속 커지고 있다"며 "더 많은 혁신기관들이 교육과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운영해야 그 수요를 맞출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로 대한민국이 선정되면서 더욱 많은 혁신주체들이 바이오분야 인력양성에 참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협회의 인력양성 경험과 네트워크가 필요한 기관들이 있다면 언제든 협업할 계획으로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 갈 기회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