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심사체계 개편 일환으로 도입한 '분석심사 선도사업'에 대해 하반기 본사업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분석심사는 질과 비용을 모두 반영해 의료기관의 진료비 청구 경향성을 보는 제도인데 '질이 낮으면서 비용이 높아' 조정 가능성이 높은 병의원은 전체 심사 대상 의료기관의 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평원 김남희 업무상임이사는 5일 열린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시범사업 3년째를 맞은 분석심사 추진 계획 등을 공유했다.
심평원은 2019년 8월부터 고혈압, 당뇨병,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및 슬관절치환술 총 5개 주제로 분석심사를 시작했다. 건 단위, 항목별 비용 중심으로 이뤄지던 심사를 환자 중심 에피소드 단위와 의학적 타당성에 입각해 심사를 하는 방식이다.
10월에는 주제별 분석심사 대상을 폐렴과 신장질환으로 확대했는데, 코로나 상황과 맞물리면서 일선 의료기관은 행정업무 부담을 호소하며 자료 제출 거부 움직임까지 보인 바 있다.
박영희 심사평가혁신실장은 "제도 추진 과정에서 시스템 구축이 급박하게 진행된 경향이 있어 시스템 구축 후 자료를 제출하도록 기간을 유예했다"라며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았을 때 페널티도 잠정적으로 유예 중"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비용 중심 심사에서 질과 비용 통합 관리 감시로 간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이 자료를 잘 제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주제별 분석심사는 주제별로 매 분기 의료 질과 비용을 측정해 ▲질이 높고 적정 비용 기관 ▲질이 높고 비용은 높은 기관 ▲질이 낮으면서 비용도 낮은 기관 ▲질이 낮으면서 비용은 높은 기관으로 구분하고 있다.
분석 심사 과정 중 이상이 감지됐을 때 해당 기관에 대해 중재하는데, 질이 낮으면서 비용은 높은 기관이 대상이 된다. 이들 기관의 지표 및 청구 현황 분석 등을 통해 전문가로 이뤄진 전문가심사위원회(PRC)에서 중재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중재 대상이 될 수 있는 '질이 낮으면서 비용은 높은 기관'은 주제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평균 3% 수준이다. 특히 슬관절치환술 영역에서 중재 가능성 있는 의료기관 비중은 15%에 달했다.
박 실장은 "슬관절치환술에서 질이 낮으면서 비용은 높은 영역에 있는 기관들에 대해서는 영상을 받아서 전문가심사위원이 교차심사를 통해 급여 인정 여부를 결정한다"라며 "비중이 15%라고 해서 그들 기관이 신청한 진료비를 모두 조정하는 게 아니고 건별 심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의료의 질 향상 지원이 필요한 '질이 낮으면서 비용도 낮은 기관' 등을 대상으로 중재를 확대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심평원은 3년 가까이 운영해 온 주제별 분석심사를 7월부터는 본사업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단 지난해 시작한 자율형, 경향기반 분석심사는 우선 제도를 안착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김 이사는 "그동안 운영 절차 상 미비점을 보완하고 모형을 정교화 해 주제별 분석심사는 본사업으로 전환하고자 한다"라며 "올해는 7개 주제 외에 단극성 우울장애와 견봉성형술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심사체계 개편을 선도하기 위해 본원이 진두지휘 했다면 올해는 각 지원이 기능적 모듈화를 통해 지역 보건환경에 적합한 분석심사를 주체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도록 필요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분석심사 추진 과정 내내 불참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도 본사업 전환 과정에서 심평원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심평원은 의료현장 의견 반영 및 의학적 근거 기반 진료의 타당성을 전문적으로 심사하기 위해 임상전문가 및 전문학회 등이 참여하는 PRC, 전문분과심의위원회(SRC)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SRC 위원 46명, PRC 위원 50명 등 총 196명의 위원이 위촉됐으며 지난해만 해도 221차례 회의가 열려 1895건의 안건을 심의 의결했다. 다만, 전문심사위원 중 의협이 추천한 인사가 한 명도 없다는 것.
김 이사는 "의협이 위원 추천을 하지 않아 그 외 단체의 추천 위원으로만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어 참여위원의 피로도가 높은 상황"이라며 "올해부터는 심사제도 소통 협력 플랫폼을 새롭게 운영하면서 의료계와 소통 노력을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박 실장도 "심사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하고, 의협 대의원회에서 분석심사 불참을 의결했기 때문에 의협이 제도에 참여하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라며 "제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협조 요청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