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급격하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비뇨기 질환 환자들이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배뇨장애와 방광 질환, 신장 질환 환자들이 급속도로 늘며 비뇨의학과의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것.
이러한 환자 급증에 맞춰 비뇨기 질환에 있어 내시경 검사와 시술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과거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만 구비돼 있던 내시경은 이제 개원가에서도 사실상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이로 인해 내시경 질 관리의 필요성도 점차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비뇨기 내시경의 경우 소화기 등과 비교해 감염 위험이 높은데다 치명률 또한 심각하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비뇨의학회는 내년 본사업을 목표로 올해부터 우수 비뇨내시경실 인증제라는 자체적인 질 관리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나섰다.
내시경실의 인력과 시설, 장비, 과정, 성과, 소독 및 재처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전문가들이 평가해 제대로된 질 관리를 해보자는 취지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비뇨의학회 이상돈 회장(부산의대)은 인증제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하고 있다. 더이상 미룰 수도 미뤄서도 안되는 문제라는 것이 그의 입장. 그렇다면 그가 이처럼 인증제에 힘을 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뇨의학회 통합 학술대회에 맞춰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회장 취임 이후 인증제 추진에 매진해 왔다. 마침내 올해 그 시작을 알렸는데 취지와 배경이 궁금하다.
학회에 취임하면서 최우선 중점 사업으로 인증제를 꼽은 것이 사실이다. 그 배경은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2000년도부터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지금 예측으로는 불과 2년 뒤인 2024년 초고령사회 진입이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이다.
초고령사회가 될 수록 비뇨기 환자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또한 이에 맞춰 내시경 검사수도 크게 늘 수 밖에 없다. 비뇨기 질환에 있어 내시경 검사와 시술, 수술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립선 비대증의 경우 50대가 되면 50%, 60대가 되면 60%, 70대가 되면 70%가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렇게 비뇨기 분야에서 내시경이 활발히 이용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표준화가 되지 않은 부분이 있던 것이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내시경을 주로 활용하는 소화기 내시경은 이미 인증제가 있던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서둘러 인증제 도입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불과 몇 년 후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비뇨기 환자 폭증이 필연적이라는 점에서 그 전에 비뇨의학회를 주축으로 표준화 노력을 기울여 보자는 취지다.
Q. 그렇다면 과연 인증제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나. 인증 기준도 궁금하다.
우수 비뇨내시경실 인증제 추진을 위해 이미 지난해 우수 내시경실 위원회를 별도로 조직해 상반기에 모듈 잡업을 끝내고 후반기에 수련병원들을 대상으로 두번의 모의 평가를 마친 상태다. 또한 이 결과들을 놓고 위원회를 넘어 학회 이사진과 회원들간에 수많은 논의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이미 인증을 위한 프로세스와 문항, 평가 방식 등에 대한 정리는 마친 상태다. 이번 통합 학술대회를 통해 회원들에게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고 추가적인 의견을 수렴한 뒤 하반기에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전국 80개 병원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와 동시에 학회, 재단과는 별도의 우수 비뇨내시경실 인증제를 위한 홈페이지도 개설할 계획이다. 이미 제작 과정에 있고 상반기 내에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홈페이지에 구체적인 평가 기준과 의사는 물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을 위한 교육 자료도 담을 예정이다. 또한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 명단도 이 곳을 통해 공개하게 된다.
평가 기준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의료진의 자격과 내시경 시설과 환경, 장비, 시행 과정, 소독과 재처리 등 총 5개 핵심 과제를 설정했고 세부 과제로 총 54가지 평가 항목을 만들었다. 또한 반드시 필요한 내용은 필수 항목으로, 우수성을 보여주는 항목은 권유 항목으로 나눠 자연스러운 질 관리를 유도할 예정이다.
Q. 인증제를 추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의료기관들의 자율적 참여다. 이 부분이 담보되지 않으면 안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순항의 전제 조건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대학병원급 의료기관. 즉 수련병원 80곳은 인증에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반기 시범사업 성격으로 가장 먼저 인증제를 추진하는 이유다. 이 결과를 보면서 항목과 프로세스를 조금씩 다듬으면서 안착을 도모하려고 하고 있다.
일단 수련병원 위주로 올해 1차 인증을 진행하고 이듬해 종합병원을, 다음해 개원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이 현재 목표다. 이렇게 한 사이클이 도는데 3년. 즉 1기 인증제는 2024년에 끝나는 셈이다.
결국 핵심은 개원가의 참여로 보고 있다. 사실 인증제에서 요구하는 시술과 보관, 소독 장소 분리 등의 조건이 개원가에서는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일단 물리적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전 조사 결과 개원가에서도 인증에 대한 수요는 분명하게 있는 상태다.
일부에서는 개원가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일정 부분 기준을 조정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는 인증제의 도입 취지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상향 평준화를 위한 인증제를 하향 평준화를 할 수는 없지 않나. 분명하게 회원들도 인증제의 취지를 이해하고 있는 만큼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Q. 자율적 참여를 위해서는 일정 부분 유인책도 필요하지 않을까.
사실 인센티브 등은 부수적 요소라고 본다. 지금 비뇨의학에 있어 내시경은 너무나 필수적 요소이고 앞서 언급했듯 이에 대한 질 관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
인증제의 목적이 이러한 내시경 질 관리의 상향 평준화다. 인증에 통과했다는 것 자체가 비뇨의학과 전문의로서 자부심을 갖기 충분하다는 의미다. 참여하는 회원들도 이 부분에 더욱 큰 가치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환자들에게 주는 신뢰도 분명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학회 차원에서 인증서와 인증 마크, 현판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비뇨의학회가 인증하는 우수 기관이라는 마크는 환자 입장에서도 신뢰를 주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것만으로 물질적이지는 않지만 충분한 가치가 된다는 의미다.
나아가서는 비뇨내시경 인증제가 질 관리 활동의 일환인 만큼 향후 감염관리료 등 수가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과도 일치하는 만큼 비뇨의학과 차원에서 이같은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또한 이에 따른 감염관리 성과들을 보여준다면 자연스럽게 정부도 이를 인정할 것이라고 믿는다.
Q. 인증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학회 차원의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
맞다. 인증제의 취지에 공감한다 해도 인력과 예산이 한정적인 개원의 등의 입장에서는 쉽게 접근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또한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회원 스스로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학회 차원에서 별도의 홈페이지를 구성하고 세부 내용을 담고자 노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증제에 대한 A부터 Z까지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서다.
사실 학회 차원에서도 상당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하지만 투자 없는 성과는 없다고 생각한다.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인 만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더라도 최대한 내실있는 제도를 안착시키는데 노력할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회원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소독과 위생 등 감염 관리 분야를 시작으로 영상 컨텐츠를 통한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부분도 사실 굉장히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부분인데 올림푸스에서 취지에 공감해 함께 해주고 있다.
영상에는 내시경에 대한 종류와 구조, 특성외에도 주의 사항과 소독 방법 등을 세세하게 담으려 하고 있다. 특히 개원의들이 어려워 하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적용해 교육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Q. 인증제 안착을 위해 구체적인 로드맵도 궁금한 부분이다.
일단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본사업을 앞두고 있는 만큼 1기 평가가 끝나는 시점, 즉 3년 후가 인증제 안착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이에 맞춰 재인증의 주기도 3년으로 정해 놓은 상태다. 1차로 대학병원, 2차로 종합병원, 3차로 개원가를 도는 주기가 3년인 만큼 3년마다 재인증을 통해 꾸준한 질 관리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다.
결국 올해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들이 3년 후 재인증에 도전하는가가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기에서 80개 의료기관들이 인증제에 참여했는데 재인증 평가에는 40개만 지원한다면 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들이 취지과 가치에 공감해 재인증에 도전하고 이를 지켜본 의료기관들이 새롭게 다시 인증제에 참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제 막 시작을 앞둔 제도인 만큼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첫발을 뗐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만큼 1기 보다는 2기에, 2기 보다는 3기에 더욱 완성도 있고 내실 있는 제도로 안착할 수 있도록 학회의 역량을 총 동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