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정호영 장관 후보자의 자녀 특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 중인 가운데 의료계 여론도 엇갈리고 있다. 민초의사는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반면, 경북의대 출신 및 동료 의사들은 정 후보자를 두둔하는 모양새다.
경북의대 이재태 교수는 지난 18일 정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정호영 교수가 장관 후보자로 내정돼 동료들과 축하해줬는데 그새 국민 밉상으로 등극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이 교수는 지난 16일에도 SNS를 통해 "정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매우 좋지 않다는 점을 안다. 그와 오랫동안 보직을 함께 하고 그의 모친을 자신이 진료하고 있음에도 자녀가 2명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며 후보자를 옹호한 바 있다.
앞서 지난 13일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장 등 주요 보직자로 근무할 당시 딸과 아들 모두 경북의대 편입한 것이 알려지면서 자녀 특혜 논란이 본격화됐다. 특히 아들의 학생 연구원 이력 및 군 면제에서 '아빠찬스' 의혹이 제기됐으며 재미동창회 공무 출장 등 직권 남용을 일삼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정 후보자의 자녀 특혜 논란이 법적으로 문제되기 전 부패 카르텔, 기득권자 등의 이미지로 굳어져 회복할 수 없는 도덕적 타격을 입었다고 우려했다.
또 재미동창회를 공무상 출장으로 참석했다는 논란과 관련해서도 "개인의 휴식을 위해 재미동창회에 참석 하고 싶은 병원장, 학장은 없다"고 반박했다.
재미동창회는 병원장을 초청하는 행사이고, 병원 차원에서 출장으로 처리한다는 것. 또 병원장은 영업적인 목적으로 참여하는 만큼 정 후보자의 경우도 업무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병역 관련 진단서 및 의대 편입 문제 역시 의사면허 박탈 및 징역형에 처해질 위험을 무릅쓰고 강행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특히 의대 편입 입시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교수와 그들 자녀를 비롯한 수많은 지원생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심사위원이 부정을 저지를 수 있었겠나"라며 "시험 과정에서 50~60명의 교수가 동원돼 감시하며 그날 만난 보직자인 진료처장 딸을 알아보고 뽑아줄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후보자의 딸의 성적은 33명 정원에 38등으로, 합격이 아닌 5순위 후보합격자인 만큼 사실상 부정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민초의사들은 내심 정 후보자의 사퇴로 기우는 분위기다. 의혹에 대한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관련 논란이 의료계 전체로 확대해석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장관 임명 후에도 이와 유사한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새어 나오고 있다.
특히 의대 특혜 의혹에 민감한 젊은 의사들은 장관을 사퇴한다고 해도 잘못을 끝까지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실을 규명하고 합당한 처벌을 통해 실력에 의해 선발되는 공정한 환경이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젊은의사들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 대한전공의협의회 여한솔 회장은 "부정한 방식으로 입학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며 "조사를 통해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온다면 비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