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비인후과의사회가 자체 설문을 통해 집계한 통계에서 민감도는 50% 이하라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
22일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일산 킨텍스에서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춘계학술대회(ICORL 2022)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자가검사키트는 바이러스 항원 유무를 판별해 감염 여부를 진단한다. 체내 바이러스 양이 많은 시기에 사용해야 보다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반면 바이러스 양이 적거나 부적절하게 검체 채취를 할 경우 거짓 음성(위음성)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
민감도는 질병이 있는 환자 중 검사결과가 양성으로 나타날 확률을, 특이도는 질병이 없는 환자 중 검사결과가 음성으로 나타날 확률을 뜻하는데 현행 국내 허가기준은 민감도 90% 이상, 특이도 99% 이상이다.
허가 기준과 실제 임상 현장에서 느끼는 민감도는 괴리감을 보였다. 이번 설문은 의사회가 주도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이달 12일부터 3일간 진행된 전국 이비인후과 개원의 724명을 대상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집계 결과 의사 61%는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는 50% 이하라고 답했다. 특히 자가검사키트 음성 결과가 나온 환자를 대상으로 신속항원검사를 진행한 결과 그중 절반은 양성이었다는 응답이 97%에 달했다. 위음성 경향이 뚜렸하다는 뜻이다.
이는 진단검사의학회가 보고한 자가검사키트 민감도 41.5% 결과와 일치하며 자가검사키트가 많은 수의 코로나19 감염을 놓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황찬호 의사회 회장은 "결과를 해석하자면 자가검사키트의 음성 결과는 맹신해서 안되며, 코로나19 감염 의심 증상이 있는 환자는 자가검사키트가 음성으로 나오더라도 개인 방역을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실제로 매일 자가검사키트로 검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신속항원검사를 재차 시행하면 양성이 종종 나온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원인은 부적절한 검체 채취 혹은 자가검사키트의 상대적으로 짧은 면봉 길이라는 태생적 한계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찬호 회장은 "자가검사키트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와 다른 점은 면봉의 길이"라며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비강 깊은 곳에 위치한 비인두의 분비물을 채취해야 하나 자가검사키트에 포함된 면봉은 안전상의 이유로 길이가 짧아 비강의 앞쪽에 있는 분비물만을 얻도록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높은 위음성과 낮은 민감도를 보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코로나 감염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상당수가 자가검사키트에선 음성이지만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기저질환 보유 등 고위험군이 음성으로 오판한 나머지 치료약제를 투약할 적기를 놓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또 음성 결과를 맹신, 안일한 방역으로 주변에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
이에 의사회는 위음성률을 최소화 하기 위한 새 권고안을 제시했다.
먼저 유증상자는 자가검사키트가 음성이더라도 의료기관을 방문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것이 권고되고, 자가검사키트는 무증상자의 스크리닝 목적으로만 제한적으로 활용돼야 한다.
특히 소아는 면봉을 통한 검체 채취에서 심리적 외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반복적인 검사는 피해야한다.
황찬호 회장은 "자가검사키트 검사 시 감염전파를 최소화 하기 위해 환기가 잘 되는 환경에서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며 "주변에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하며, 검사 이후에는 주변의 표면 소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