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학 한다고 하면 친구들이 묻는다. 교수 안되면 뭘 하느냐고. 딱히 답을 못했다. 의사과학자가 됐을 때 교수나 창업 이외 다른 진로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는 선배 의사과학자들을 향한 기초의학 연구를 하고 있는 의사과학자 초년생의 현실적인 질문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11일 코엑스에서 의사과학자 진로 콘서트를 열고 의사과학자의 진로 생태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특히 의사과학자로서 창업에 성공한 선배의사들과 이제 막 의사과학자의 길에 접어든 젊은의사들이 즉문즉답 형식으로 진로 멘토링을 통해 젊은 의사과학자들의 고민을 해소했다.
위와 같은 의사과학자 초년생의 질문에 선배의사들은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메디아이오티 대표이자 고대구로병원 송해룡 교수는 "교수와 창업 이외에도 투자회사나 제약사 등 진로는 많다"고 했다. 투자회사는 물론 제약사도 임상의사 이외에도 기초의학을 했던 의사가 필요하다는 게 송 교수의 설명이다.
서울의대 김종일 교수는 "너무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았으면 한다. 사실 기초의학을 하다가도 적성에 맞지 않으면 얼마든지 다시 임상으로 갈 수도 있다"면서 "일부 대학병원에선 기초연구를 잘하는 의사를 선호하는 곳도 있다"고 희망적인 미래를 제시했다.
젊은 의사과학자들의 또 다른 고민은 과연 연구와 창업을 병행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지니너스 박웅양 대표는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장을 겸하고 있으며 송해룡 교수 또한 수술과 환자 진료 등 임상과 연구를 병행 중이다.
현재 의사과학자의 성공 모델이 되고 있는 선배의사들을 보면 연구와 창업을 병행하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 하지만 정작 선배 의사들은 연구와 창업을 병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봤다.
박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연구와 창업을 겸하고 있지만 불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창업을 하려면 연구가 기반이 돼야겠지만 둘을 병행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송 교수 또한 "이 부분은 솔직히 어떻게 극복할 지 답이 없다. 생태계가 약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함께 시스템을 바꿔나가야 할 부분이다. 후배의사들에게 독립운동한다고 얘기한다. 의사과학자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독립운동 투사라는 생각으로 임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진료와 수술, 창업까지 병행하면서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메디포스트가 250억원의 펀드를 만들어 연구에 매진하는 사례를 제시하며 투자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연구를 하려면 대기업 혹은 상장회사와 연계해야 한다. 타깃을 명확하게 정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행사를 주관한 보건복지부 박금렬 국장(첨단의료지원관)은 "의사과학자는 두렵고, 새롭고, 안개가 자욱한 길이다. 오늘 이 자리가 안개를 걷히게 하고 용기를 북돋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 정부에서 제2의 반도체로 바이오헬스를 꼽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SK사이언스 임상발표 현장을 찾아 앞으로 연구비가 부족해서 연구를 할 수 없는 환경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이런 영역에서 의사과학자가 인적 인프라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