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들의 파업 선언으로 간호법 제정에 대한 의료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총파업이 현실화되면 전국 1차 의료기관이 일제히 마비될 전망이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 같은 행보는 간호법을 저지하기 위함이다. 간호조무사 역시 간호인력 임에도 간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제정 시 오히려 처우가 악화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가 방문간호센터 등을 독립적으로 개설할 수 있고, 장기요양기관 등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는 보조인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의료계는 간호조무사 파업 시 그 여파가 매우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1차 의료기관 간호인력 비중에서 간호조무사가 8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간호조무사는 환자 접수 및 처방전 발급 등 대부분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부재 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 간호조무사 파업이 개원가 집단휴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료기관에서 의원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기준 93.8%다.
중소병원과 치과·한방병원에서도 간호조무사가 비중이 큰 것을 고려하면 파업으로 운영에 지장을 받는 의료기관은 전체의 96.8%로 늘어난다.
만약 간호조무사들이 총파업에 돌입하면 모든 환자가 2·3차 의료기관으로 몰릴 수밖에 없어 대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우려다.
다만 간무협은 파업이 간호조무사 단독으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간호법 제정은 범의료계 문제인 만큼, 타 직역과의 협의를 우선하고 개원가 집단행동 수준에 맞춰 그 규모를 달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협회가 밝힌 간호조무사 수는 총 83만 명으로 이 중 23만 명이 현장에서 근무 중이다.
이와 관련 간무협 전동환 기획실장은 "간호조무사 파업이 진행되면 개원가는 실제 업무가 어려울 정도로 영향이 클 것"이라며 "개원의의 동의가 필수인 만큼, 대한의사협회와의 협의를 통해 계획을 수립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간호법 이해당사자인 간호조무사들에게서 파업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데도 이를 제정하려는 특정 당의 행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보건의료는 팀 체계여서 특정 직역이 빠지면 제대로 된 진료가 어렵고 개원가는 특히 더 취약하다"며 "간호조무사 파업 시 어쩔 수 없이 휴진하는 병·의원이 생기면 환자의 불편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는 결과적으로 의료전달체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사회적인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라며 "그 피해는 국민과 환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까지 간호법을 제정하려고 하는 정치권의 의도가 궁금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