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 수장이 이달말까지 진행되는 수가협상을 최대 현안으로 규정하고 과감한 건강보험 재정 투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입원전담전문의 역할과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의료 질에 이어 상급종합병원 평가기준으로 강제화하는 정책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대한병원협회 윤동섭 신임 회장은 19일 오후 2시 열린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5월말까지 진행되는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환산지수) 계약 협상이 직면한 최대 현안으로 코로나 기여한 점을 반영해 밴딩(건보 재정 투입분)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세대 의료원장인 윤 회장(1961년생)은 경남고와 연세의대 졸업(1987년) 후 강남세브란스병원장, 연세의대 강남부학장, 외과 주임교수, 외과학회 이사장, 간담췌외과학회 이사장, 수련환경평가위원장을 거쳐 지난 5월 임기 2년의 병원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지난해 병원 진료비 7.6% 증가는 문케어와 비급여의 급여 전환, 코로나 대응 수가 보상에 기인한다"면서 "감염 관리를 위한 시설과 인력 채용 등 병원의 실질적 수익증가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윤 회장은 "건강보험 재정 누적 흑자가 2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코로나 장기화에 대비한 병원들의 위기관리와 일상 진료 회복을 위한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며 "건보공단과 가입자 측은 의료인들의 격려 차원에서 합당한 인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협회 수가협상 위원인 송재찬 상근부회장과 유인상 보험위원장은 "지난해 1조원 밴딩을 최소 3000억원 이상 늘려야 한다. 올해 협상은 결렬 없이 하라는 회장님의 특명이 있었다. 병원 경영에 도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윤동섭 집행부는 의료전달체계 정립과 적정수가 마련, 보건의료인력 수급 불균형 및 의료 양극화 해소 방안 마련,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변화 대응 등을 중점 목표로 설정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의료자원 세부 방안에 포함된 전임의 제도 활성화.
윤동섭 회장은 "전임의는 의사로서 술기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시기"라면서 "전공의법 시행 후 전임의들의 진료와 수술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전임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현실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병원계 빠질 수 없는 현안이다.
그는 입원전담전문의 역할과 필요성에 격한 공감을 표하면서도 평가에 따른 강제화에 강한 우려감을 표했다.
윤 회장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병실이 안전해야 교수들이 진료와 수술에 집중할 수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입원전담의 제도, 이론과 현장 달라 “간호법, 의협과 공조 적극 대응”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병원은 내과와 외과를 중심으로 입원전담전문의 채용과 모형 개선을 시범사업에 이어 본 사업까지 지속하며 입원전담전문의 지정 병원의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다.
그는 의료질평가에 이어 제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로 강제화하는 보건당국에 유감을 표했다.
윤 회장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이론과 현장은 다르다"고 전제하고 "서울 일부 대형병원을 제외하고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방 대학병원은 더욱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입원전담전문의 급여는 임상 조교수들의 사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직을 서며 진료와 수술을 하는 조교수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며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현장에서 실행 가능해야 한다. 적정급여와 적정수가 등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의료계 현안인 간호법과 관련 "의사협회와 같은 입장이다. 양질의 의료 제공이라는 법안 취지를 동의하나 별도 간호법으로 만든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긋고 "협회 내부의 논의를 거쳐 의사협회 등과 보조를 맞춰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동섭 회장은 "6월 중 주요 임원진과 사무국 전 직원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기획 중에 있다. 기존 사업계획과 정책 현안을 논의하고 실천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병원협회 41대 집행부가 2년의 임기동안 병원들을 위해 명분과 실리를 추구해 나가려는 날개 짓을 시작했다"고 정부와 의료계, 언론의 협조와 관심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