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질환의 마지막 고지로 여겨지는 삼첨판막 영역을 잡기 위한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위험성과 고난이도로 인해 미처 건드리지 못했던 영역인 만큼 기업들이 차세대 교체술을 내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 본격적인 경쟁은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와 애보트가 시작했다.
현지시각으로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심혈관중재술학회 연례회의(EuroPCR 2022)에서는 차세대 술기로 불리는 삼첨판막 치환술에 대한 의미있는 임상 결과가 공개됐다.
삼첨판막은 우심방과 우심실 사이의 판막으로 우심실로 흘러가는 혈액이 다시 우심방으로 역류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의 판막 즉 승모 판막과 대동맥 판막에 비해 중요성이 부각되지 못한 것이 사실. 지금까지 이 부분을 정상으로 돌리면 삼첨판막 문제도 자연스럽게 교정할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TAVI)와 같이 대동맥 판막에 대한 시술법은 지속적으로 발달했지만 삼천판막에 대한 시술과 수술법은 매우 제한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대동맥 판막에 의존해서는 삼첨판막 역류(TR) 등을 제어할 수 없다는 증례들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의학계는 물론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EuroPCR 2022에서 아예 별도의 세션을 마련해 이를 주목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방법이 없었던 삼첨판막 역류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솔루션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이유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TAVI를 이끌고 있는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다. 지난해 10월 마침내 유럽 인증을 획득하며 본격적으로 환자에게 시술되고 있는 파스칼(Pascal)과 파스칼 에이스(Pascal Ace)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EuroPCR 2022에서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린 곳도 바로 이 세션이었다. 마침내 파스칼의 실제 임상 결과(리얼월드데이터)가 최초로 공개된 이유다.
TriCLASP로 명명된 이번 연구에서 독일 퀼른 의과대학 스테판(Stephan Baldus)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총 7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식 결과를 공유했다.
그 결과 2명의 환자를 제외한 72명의 환자(97%)가 문제없이 기기를 이식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중 78%가 완전히 일상 생활로 돌아가는데 성공했다.
환자 1인당 평균 이식된 기기는 1.8개였으며 환자들은 평균 5.1일간 입원했다.
시술 결과도 성공적이었다. 30일간의 추적 관찰 결과 90%의 환자들이 삼첨판막 역류가 중등도 이하로 내려갔고 88%는 한번 이상 삼첨판막 역류 병기가 한 단계 이하로 감소했다. 이를 통해 총 56%의 환자가 1기나 2기로 삼첨판막 역류증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많은 우려를 낳았던 부작용도 실제로는 크지 않았다. 실제로 삼첨판막은 대동맥판막보다 모양이 복잡해 고정이 어렵다는 점에서 개흉 수술에서도 훨씬 더 난이도가 높으며 부작용도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총 부작용을 겪은 환자는 3%로 예상보다 낮았다. 이중 가장 심각한 사례는 대량 출혈 후 뇌졸중이 일어나 수술 후 14일만에 사망한 사례였다.
스테판 교수는 "현재 경피적 삼첨판막 치환술은 TAVI와 매우 유사한 시나리오로 가고 있다"며 "지금까지 충족되지 않은 수요(unmet needs)를 충분히 채워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번 EuroPCR 2022에서는 애보트의 삼천판막 치환술 기기인 트라이클립(TriClip)과 트라이클립 G4에 대한 연구 결과도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현재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는 두 기업이 동시에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맞불을 놓은 셈이다.
TriClip bRIGHT로 명명된 이번 연구는 트라이클립을 이식한 첫 300명에 대한 추적 관찰 연구로 지금까지 60일간 진행중에 있다.
연구 결과 트라이클립의 이식 성공률은 98%를 기록했으며 특히 급성 시술 성공률이 91%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환자 1인당 평균 이식된 기기는 2개였고 75%의 환자가 30일째에 중증도 이하로 삼첨판막 역류증 병기가 낮아졌다.
중요한 부작용은 마찬가지로 크게 낮았다. 총 중대한 부작용 사례는 1%에서 일어났으며 그 중 1명은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했고 1명은 심각한 뇌졸중 증상을 나타냈다.
이처럼 두 기업이 동시에 중요한 임상 결과를 공개했지만 두 기기간 결과치에 대한 직접 비교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연구 설계 자체가 차이가 있는데다 대상 환자군의 병기도 크게 다른 만큼 시술 성공률이나 부작용 비율 등을 직접 비교해서는 안된다는 것.
다만 분명하게 두 기업의 기기 모두 안정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삼첨판막 영역에 새로운 영역이 열릴 것이라는데는 모두가 동의했다.
세션의 좌장을 맡은 알버트아인슈타인의과대학 에드윈(Edwin Ho) 교수는 "높은 허들로 여겨졌던 삼첨판막 분야에 대해 매우 유망한 시술법이 훌륭한 의학적 근거들을 갖추기 시작했다"며 "이러한 음직임은 환자에게 매우 좋은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며 더 빠르고 정확하게, 나아가 더욱 안전한 시술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