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이 갖고온 변화 중 하나인 '비대면 진료'. 정부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공언한 가운데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각계각층에서 이뤄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서 주요 쟁점은 ▲진료대상 ▲진료주체 ▲책임범위 및 면책 사유 ▲플랫폼(시설, 장비 요건) ▲개인정보보호 ▲수가로 나눠진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는 26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방향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었다.
발표자로 나선 가톨릭대 의료정보학교실 김헌성(내분비내과) 교수는 의료계, 산업계, 법조계, 환자단체, 보건복지부에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진행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대한 주요 쟁점을 정리하고, 이를 종합한 방향성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5개 단체 이해관계자를 만나 인터뷰를 한 결과 생각보다 의견차가 크지는 않았다"라며 "충분히 논지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든 이해관계자는 비대면 진료가 던지는 주요 쟁점에 의료계와 정부는 비슷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었고, 산업계가 보다 전향적인 주장을 펼쳤다.
■비대면 진료 대상, 초진vs재진?
이해 관계자들은 의사의 자율권, 재량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정부와 의료계는 경증과 만성질환자에 한해서만 비대면진료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가벼운 질병, 위험성 없는 질환, 심각한 질환과 구별불가한 급성기 질환은 안되며 각 학회별로 의견을 취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환자 소비자단체는 오히려 중증질환,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비대면 진료 대상 범위 중 초진과 재진에서 의료계, 정부와 산업계 의견은 엇갈렸다. 의료계는 초진은 '불가'하다고 못박으며 재진도 대면진료와 병행해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 역시 재진 위주로 진행해야 한다는 보수적 입장이다. 산업계는 초진을 포함해 의사의 재량에 맡겨야 한다는 전향적 의견을 제시했다.
닥터쇼핑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비대면진료 횟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데는 산업계를 제외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찬성의 뜻을 보였다.
■비대면 진료 주체, 1차의원으로 제한?
의료계와 정부단체는 비대면 진료는 '1차 의원'만 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의료계는 수술 후 관리 환자, 중증 희귀난치 환자는 병원급도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산업계는 의료기관의 범위 제한은 불필요하다고 봤고, 환자 소비자단체 역시 상급종병도 검사결과 확인, 반복 의약품 처방 등 필요시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냈다.
■책임 범위, 대면진료와 동일하게 해야 하나?
비대면 진료에 따른 책임범위는 대면진료와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주를 이뤘지만 의료계는 대면보다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면책 사유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중론이었다.
정부는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비대면 진료의 한계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봤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동의서, 설명의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법조계는 환자 동의서를 받더라도 실제 법원에서 '진정한 의사표시'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현실을 짚으며 의사에게 비대면 진료를 강제하지 않는 이상 책임을 면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의 제한점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봤다. 더불어 의사 판단하에 대면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 등이 설명 내용에 들어가야 한다고도 했다.
■비대면 진료 적정수가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대한 수가는 어느 정도로 설정해야 할까. 환자소비자단체와 법조계는 대면진료 수가 이하로 설정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와 의료계, 산업계는 비대면진료 수가를 대면 보다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재진 수가에 관리료 30%를 가산하는 방식을 제시했고 의료계는 재진료의 1.5~2배를 주장했다. 산업계는 '비급여'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헌성 교수는 주요 쟁점에 대한 자문을 종합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방향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급성기 질환 등을 제외한 경증 및 만성 질환을 대상으로 비대면진료를 우선 실시해야 한다고 봤다. 마약류 및 오남용 우려 의약품 처방을 제한하고 재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권장했다.
김 교수는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만으로 진단하는 것은 제한해야 한다"라며 "초진이 가능한 예외적 사례는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의사 1인당 1일 비대면 진료 횟수도 제한해야 한다고 봤다.
비대면 진료 주체도 1차 의료기관 위주로 하고 병원급에서 진료가 필요한 환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비대면 진료 수가는 현행 수준으로 적용하고 비대면 진료 내용에 따라 수가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추후 정부와 의료계 사이 의정협의체 등을 통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대면 진료에서 의사의 책임에 관한 원칙은 비대면 진료에서도 같다"라며 "의료법상 면책 규정 외에 비대면 진료의 특성 및 한계를 고려해 하위법령에 면책사유 추가가 가능하다. 플랫폼 장애, 기기오류, 환자의 비협조 등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의사는 환자에게 비대면 진료의 한계에 대해 설명 및 동의를 받아야 하며, 비대면 진료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대면 진료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