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남자로 태어난 이상 군 복무는 국민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의무다. 의대를 다니고 있는 나도 피해 갈 수 없는 현재 인생에서 가장 큰 숙제이며 특히 의대에 입학한 이후 언제 이 숙제를 해결해야 최고의 선택을 하는 것인지 고민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다른 학과를 다니는 친구들의 요즘 가장 큰 대화의 화두는 군 복무다. 어느 보직이 편한지, 군대에서 어떤 공부를 하는 게 좋은지, 학점 취득은 몇 점까지 가능한지, 돈은 얼마나 모을 수 있는지 등 군대와 관련된 다양한 고민을 공유하고 미래와 관련해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2003년도부터 현역병의 복무기간은 24개월에서 18개월로 꾸준히 줄어든 것에 반해 군의관의 복무기간은 축소 없이 기초군사 훈련을 포함해 38개월 가까운 복무기간이 20년 넘게 지속되어 왔다. 현역병의 복무기간이 18개월로 축소되는 새로운 상황의 변화는 나에게 현역 입대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의과대학 학생들의 경우 의사가 된 후 군의관 또는 공보의로 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군대 문제를 이차적인 문제로 미뤄두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현역병과 20개월의 차이로 벌어진 군의관의 복무기간은 나에게는 너무나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 시간을 군대 대신 펠로우, 대학원 또는 연구와 같이 다른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의사로서 내 자신의 성장에 더욱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입대를 앞당기고 싶다고 생각하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시대 변화에 맞게 군의관의 군 복무기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덧붙여 본다. 복무기간의 지나친 차이는 군대의 의료문제에 대한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 다른 이유는 지식과 의료 술기 함양의 단절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군대에서는 의사면허를 취득한 이후 의료인으로서 근무한 시기를 호봉으로 인정해준다. 그래서 군의관 복무는 의사면허 취득 후 언제든 할 수 있지만 대개 레지던트 수련(면허 취득 후 3~4년)을 마치고 대위로 임관하는 것이 관례이다. 그런데 과연 군부대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이 대학병원에서 전문의가 되기 위해 몇 년간 공부하고 훈련받았던 의료지식과 술기들을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든다.
물론 나의 지나친 기우일 수도 있지만 군대에 간 주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의무실에 방문하는 병사들의 대부분은 감기, 근육통, 두통과 같이 단순한 증상으로 의무실을 방문한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많은 군의관은 부대의 의무실에서 간단한 처치만을 하게 되는데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개인의 술기와 지식이 많이 후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현역병으로 군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은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예과 때 군대에 가는 것은 예전에 비해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도 보편적인 일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나 자신이 과연 일반병으로 군 복무를 마치는 선택을 할지도 여전히 고민스러운 문제 중 하나다. 나는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오는 9월에 있을 카투사 모집 지원서를 써야 할까 치열하게 생각 중이다. 앞으로 의대에 입학하는 예과생들에게 "입대는 빨리할수록 좋다"는 말이 통용되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