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수가 인상에 투입할 건강보험 재정 규모가 결정되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면서 수가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공급자 단체가 우려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조산협회 등 6개 단체 수가협상단장은 30일 공동으로 "최종 수가협상 하루 전까지 추가소요재정(밴딩, banding)의 대략적인 수치조차 공유되지 않은 초유의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통상 수가협상 과정에서 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가 1차 밴딩을 설정하면 공급자 단체와 건보공단은 2차 협상부터 최종 협상 시점까지 구체적인 근거와 수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균형점을 찾았다.
그런데 내년도 환산지수를 결정하는 이번 수가협상에서는 1차 밴딩이 설정되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
6개 공급자 단체는 "협상 당사자인 공급자를 무시한 채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음에 공급자 단체는 큰 실망과 함께 무기력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라며 "협상 종료일이 돼서야 실질적 논의를 시작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은 협상에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을 제한해 충분한 의견 개진의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협상이 진행된다면 내년도 수가협상은 결국 충분한 대화가 진행되지 못한 채 실패한 수가협상이라는 오명을 남기게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이 재정운영위 있다"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이후 물가가 최근 4%를 넘어섰고, 가입자 단체가 제시하고 있는 올해 임금인상 5~7% 요구안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적정 밴딩 책정이 중요하다는 게 공급자단체의 입장.
공급자단체는 "건강보험의 한 축인 공급자가 배제된 상태에서 가입자의 일방적 논리로만 설정되는 밴드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행 불합리한 수가협상 구조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건의료인은 최상의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헌신해 왔으며 앞으로도 질병치료와 예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상호 존중하는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진행할 것을 요청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