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나쁘다. 소통이 실종됐다."
건강보험공단은 9일 요양급여비용 체결식을 열었고, 이 행사에 참여한 공급자 단체 관계자가 한 말이다.
건보공단은 공급자 단체와 5월 한 달 동안 수가협상을 진행하고 협상을 체결한 유형의 공급자 단체와 요양급여비용 계약 체결식을 진행한다. 이 자리에는 협상에 성공한 유형의 단체장과 협상단장, 실무직원 등이 참여한다. 올해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를 제외한 4개 의약단체 기관장과 수가협상단장이 자리했다. 건보공단에서는 이사장을 비롯해 급여상임이사, 급여보장선임실장 등이 참석한다.
요양급여비용 계약 체결식은 일종의 '기념식'이기 때문에 건보공단은 언론에도 체결식이 있다는 일정 정도는 공지해왔다. 다만 협상 결렬 유형이 있기 때문에 이를 보도자료 형태로 만들어 대대적으로 알리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강원지역본부에서 열린 기념식 풍경은 사뭇 달랐다.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체결식이라는 일정 자체가 공유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어느때보다도 조용한 체결식이 이뤄졌다.
1시간으로 예정돼 있던 일정도 30분 만에 끝났다. 강도태 이사장은 협상 시간에 맞춰 조용히 뒷문으로 등장해 인사말을 한 후 각 공급자 단체의 이야기만 듣고 퇴장했다는 전언이다.
SGR 모형의 한계, 밤샘 협상의 문제 등 수가협상의 문제점은 해마다 등장하는 문제다. 강도태 이사장은 기관장으로서 수가협상을 지근거리에서 처음으로 겪었고, 그 문제점도 실감했을 것이다.
요양급여비용 체결식 현장에는 수가협상을 실질적으로 진행했던 단장들도 자리한데다 기존 일정보다도 30분의 시간이 남았다. 그렇다면 실무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제점에 대해 실질적으로 파악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가졌다면 공급자 단체에게는 '소통'의 과정으로 비치지 않았을까. 다양한 직역의, 그것도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는 쉽지 않으니 말이다.
공급자 단체는 올해 요양급여비용 계약 체결식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소극적이고 경직된 모습의 건보공단을 봤다고 입을 모았다. 정권 교체라는 어수선한 시기를 고려했다, 제도 개선책을 만들어야 하는 압박감이 작용했다는 등의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강도태 이사장은 올해 초 취임사에서 "정책과 현장이 일체화된 건강보험의 미래를 설계하고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수가협상은 건강보험 재정, 건강보험료와 밀접하게 관계있는 건보공단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특히 제도 개선 방안을 8월까지는 마련해야 한다. 정책과 현장이 일체화된 미래를 위해 건보공단은 담당 실무진뿐만 아니라 수장까지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위한 움직임을 어느때보다도 활발히 해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