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공이 넘어가면서 잠시 조용했던 간호법이 최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 눈치채셨나요?
간호법 논란에서 한발 물러서 있던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의료정보사들이 대한의사협회와 손잡고 돌연 반대입장을 밝히고 나선 건데요. 이로써 1:10에서 1:13의 싸움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간호법은 이미 소관 국회 상임위인 복지위 법안소위를 통과해 법사위로 넘어간 상황이죠. 하지만 간호협회의 일대다 대응체제는 지속되지만 새로운 반대 단체가 추가됐다는 점에서 변화 조짐이 엿보입니다.
사실 의료계 내부에서조차도 이들 3개 단체의 예상밖의 행보에 '갑자기 왜?'라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는데요. 이들이 입장을 바꾼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지금으로부터 4년전인 2018년도 대한의료기사단체총연합회(이하 의기총) 소속 8개 단체는 단독법을 강하게 밀어 부친 바 있죠. 현재도 단독법은 이들 단체의 숙원사업인데요.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 의료기사 등 보건의료분야 타 직역에 대해 별도의 법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는 간호법 제정과 맥을 같이하는 셈이죠.
다시 말해 간호법 제정은 의료기사 단독법의 레퍼런스가 될 가능성이 높겠죠. 그런 맥락에서 의료기사 관련 단체들은 간호법으로 들썩일 때에도 함구해왔습니다. '단독법'이라는 후일을 도모하기 위함이죠.
이들 8개 단체에는 이번에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고 나선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구 의무기록협회)'가 포함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3개 단체는 왜 돌연 간호법 반대를 외치고 나왔을까요.
그 배경에는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진료지원인력 업무기준 논의가 깔려 있습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PA논란을 정리하고자 진료지원인력 업무기준을 재정립하자는 취지에서 진행 중인데요.
문제는 여기에서 혈액 검체채취, 혈액 배양검사, 심전도, 초음파, 엑스레이, 고주파온열치료, 체외충격파쇄석술, 특수장치 모니터링 등이 포함됐다는 사실입니다.
메디칼타임즈가 입수한 진료지원인력 업무기준표에 보면 위 항목은 반드시 의사가 수행해야하는 업무와 위임이 불가능한 행위 이외 임상학회 등과 논의가 필요한 행위 또는 의사 감독 및 지시하에 진료지원인력이 수행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복지부는 물론 연구진 또한 아직 확정되지 않는 부분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미 복지부는 연구진이 정리한 진료지원인력 업무기준에 대한 의료계 입장을 의사협회 등을 통해 의견수렴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 단체는 더욱 분개하고 있는데요.
만약 현실화될 경우, 진료지원인력 즉 간호사가 업무를 할 수 있게 되는 날에는 임상병리사부터 방사선사, 의료정보관리사 직역의 존폐를 논해야 할 정도로 파장이 커진다고 보는 겁니다.
의료기사단체 한 임원은 "간호사 면허는 무적 면허인가"라며 진료지원인력이라는 명목하에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풀어놨다고 보는 겁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듯이 앞서 상급종합병원 상당수 심초음파 검사를 간호사로 넘어가면서 영역 침범을 경험한 바 있는 방사선사협회는 가능성조차 열어 둘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거죠.
그런데 진료지원인력이 간호법과 무슨 상관이냐고요? 당초 간호법 발의 당시 김민석, 서정숙, 최연숙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법안 문구에는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의사 지도 및 처방에 따라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고 명시했죠.
이를 두고 '진료의 보조'라고 법에 명시해도 초음파 등 영역을 넘보는데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고 하면 영역 구분은 더 모호해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우려인데요.
이후 의료계의 거센 반대로 법안심사 과정에서 '처방'문구도 빠지고 의료법과 동일한 수준으로 의사의 지도감독하에 진료의 보조로 바뀌었으니 뭐가 문제일까 싶지만, 의료기사 단체들은 법이 제정되는 순간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불안감을 거두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결과적으로 현재는 가정법에 의한 우려를 제기하는 셈인데요. 현재는 의기총 산하 8개 단체 중 3개 단체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추후 확산될 가능성도 엿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