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초 예고했던 의약품 급여 재평가를 본격화하면서 평가 대상에 오른 성분 중 단일 품목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셀트리온제약의 고덱스 캡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고덱스는 현재 특허 만료에도 제네릭이 없는 대표적인 품목이라는 점에서 처방 시장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사후평가소위원회를 열고 2022년 의약품 급여 재평가 관련 사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복지부와 심평원은 올해 재평가 대상으로 ▲간장질환용제 '오로트산카르니틴 등(셀트리온제약 고덱스)' ▲근이완제 '에페리손염산염' ▲위장약 '알긴산나트륨' ▲진경제 '티로프라미드염산염' ▲제산제 '알마게이트' ▲소염효소제 '스트렙토키나제' 등을 선정한 바 있다.
이들 6개 성분의 전체 급여처방 규모는 3년 평균 약 2300억원 규모로 파악된다.
이 중 제약업계와 의료계 모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셀트리온제약의 고덱스에 대한 재평가 결과다.
복지부가 재평가를 예고한 '아데닌염산염·리보플라빈·비페닐디메틸디카르복실레이트·시아노코발라민·피리독신염산염·항독성간장엑스·오로트산카르니틴' 성분의 급여 의약품은 셀트리온제약의 고덱스가 유일하기 때문. 사실상 해당 품목만을 살펴보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이 가운데 고덱스의 경우 정부의 재평가 의지에도 불구하고 병‧의원 처방 매출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임상 현장에서의 처방은 오히려 늘어나는 모양새다.
실제로 의약품 조시가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약 194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해 전년 같은 1분기(약 177억원)와 비교해 1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대로만 간다면 전년도 처방액인 약 747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의료계는 또한 고덱스가 특허 존속 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복제의약품(제네릭)이 전무한 품목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고덱스 특성 상 여러 성분이 합쳐진 복합제인 탓에 이미 특허가 만료됐지만 생동성 시험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제네릭 의약품 진입이 어려운 품목 중 하나.
만약 재평가 결과로 급여 축소 혹은 삭제 조치가 나올 경우 처방 현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간학회 임원인 상급종합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제약사 편을 드는 것일 수 있겠지만 간장약 시장에서 고덱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며 "간 수치를 떨어뜨리는 데 효과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약물이라는 것은 처방 시장에서 증명 받은 약물"이라고 평가했다.
서울 B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비급여가 된다고 해도 환자들은 불안 심리로 인해 관련 일반약이나 건기식 시장을 찾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독성 간염 문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약을 함부로 복용함에 따른 문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실 고덱스가 오래된 약물이고 특허 만료가 된 상태지만 까다로운 생동성 시험 기준 등을 적용했을 때 제네릭이 진입하기 어려운 부분도 존재한다"라며 "국내 처방현장의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기능 향상을 도와주는 영양제적 측면이 존재하는데 이 점을 정부가 임상적으로 필요성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심평원은 오는 7일 개최 예정인 약평위 회의에서 올해 의약품 급여 재평가 결과를 확정, 안내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주 사후심사 소위 결과를 약평위에 올려 결과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추가적으로 제약사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받을 것 같다. 결과 발표에 따라서 해당 제약사들이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도 관심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