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처방시장에서 주요 만성 질환 의약품들이 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내 제약사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주요 품목의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반면, 특허 기간 만료로 인해 올해 복제의약품(제네릭) 품목이 본격 진입한 주요 오리지널 품목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아울러 정부의 급여 재평가 및 불법 제조에 연관된 주요 품목들도 병원과 의원 할 것 없이 처방 매출 하락을 막지 못했다.
국내사 품목 상승 확연한 의원급 의료기관
21일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외래 처방액 상위 10위 안에 포함된 품목 중 상당수가 일상회복 속 매출 증가효과를 톡톡히 봤다.
특히 의원급에서 가장 큰 매출을 기록한 의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의 고혈압 치료제인 트윈스타(텔미사르탄+암로디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의원급에서만 올 상반기 320억원에 가까운 처방액을 거둬들였다.
트윈스타의 경우 제네릭 출시에 맞춰 오리지널 의약품이라는 프리미엄을 버리고 약가 인하라는 극단적 대처를 했던 제약사의 선택이 시장 지배력 유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뒤 이어 LG화학의 당뇨병 치료제 제미메트(제미글립틴+메트포르민)가 300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하며 의원급에서 두 번째 매출이 높은 의약품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한미약품 고지혈증 복합제 로수젯(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과 HK이노엔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 케이캡(테고프라잔)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두 품목의 공통점은 의원과 병원 할 것 없이 전년과 비교해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로수젯의 경우 올 상반기 의원급과 병원급에서 각각 287억원, 379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해 총 666억원을 거둬들였다. 전년도 같은 분기와 비교했을 때 의원에서는 15.9%(273억원, 병원에서는 11,4% 상승한 성적표다.
이 같은 성장세는 케이캡도 마찬가지.
케이캡은 올 상반기 의원에서 257억원, 병원에서 349억원의 처방액을 기록, 총 606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의원에서도 15%라는 성장세를 보여줬지만 무엇보다 병원에서의 처방 증가세가 확연한 모습.
다만, 다가오는 하반기 대웅제약 등 4개사가 경쟁품목인 펙수클루(펙수프라잔) 등을 출시한 점은 매출 증가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HK이노엔은 추가로 적응증 확대와 제형 확대, 저용량 품목 추가 허가 등을 통해 매출 지키기에 나선 상황이다.
병원급의 경우 경구용 항응고제(NOAC) 주요 오리지널 품목의 선전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품목을 꼽는다면 올 상반기 약가인하가 적용된 BMS-화이자의 엘리퀴스(아픽사반)이다.
올 상반기 병원급에서만 약 323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274억원) 대비 17.9% 상승한 성적을 거뒀다. 또한 NOAC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다이이찌산쿄 '릭시아나(에독사반)' 역시 올 상반기 370억원의 외래 처방액을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유지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이 같은 NOAC 시장이 하반기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웅제약을 필두로 유한양행에 최근 한미약품까지 웨어러블 심전도 검사기 시장 판매에 국내 대형 제약사들이 뛰어들면서 자사가 보유한 NOAC 품목과의 연계한 영업‧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
더구나 또 다른 NOAC 대표 오리지널인 '자렐토(성분명 리바록사반)'의 특허만료로 많은 국내사가 제네릭을 출시한 터라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제네릭 침투 오리지널 품목, 날개 없는 추락?
이 가운데 비뇨기계열 주요 오리지널 품목의 매출 하락이 본격화 되고 있다.
공통적으로 국내 제약사들의 제네릭 시장이 처방시장에 자리를 잡으면서 오리지널 품목의 매출이 추락하고 있는 것.
대표적인 품목을 꼽는다면 아스텔라스의 과민성 방광 치료제인 베타미가(미라베그론)와 전립선비대증 치료에 쓰이는 하루날(탐스로신)이다.
이들 모두 비뇨의학과 병‧의원에서 주로 처방되는 의약품으로 특허 만료로 제네릭 시장이 열리면서 올해 상반기 각각 50.2%, 13%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민승기 보험부회장(골드만비뇨의학과의원)은 "미라베그론 성분 자체가 약물 부작용에 부담이 덜하다. 여기에 제네릭 시장도 커지면서 현재 처방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연히 영업, 마케팅을 하는 제약사도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내원하는 전립선 비대증 환자들도 덩달아 늘어났는데, 이 경우 저용량인 하루날보다 고용량인 제네릭 제제를 처방하는 형태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고령 전립선 비대증 환자는 0.2mg가 부족해서 용량을 올리는 형태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 때문에 0.4mg 형태인 제네릭 제제 처방이 비뇨의학과 시장에서 늘어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여기에 DP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로 빌다글립틴, 메트포르민 복합제인 노바티스 '가브스메트'도 처지는 마찬가지다. 특허만료로 인해 올해 상반기 한미약품과 안국약품을 시작으로, 경보제약과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삼진제약, 한국뉴팜, 대웅바이오, 동구바이오 등이 줄줄이 제네릭을 출시했다.
그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도 같은 분기(188억원) 대비 24.3% 감소한 142억원의 매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더구나 제네릭이 본격 처방시장에서 자리 잡을 경우 하반기 더 큰 매출 감소로 이어질지 모를 일이다.
아울러 제일약품이 판권을 보유한 PPI 란스톤 엘에프디티(란소프라졸)의 경우 지난해 약가가 추가로 인하되면서 올해 상반기 30%나 처방액이 급감했다. 전년 상반기 159억원에 달했던 처방액이 올 상반기 110억원으로 추락한 것이다.
대한내과의사회 곽경근 총무부회장(서울내과)은 "약가 인하와 제네릭 시장 확대는 임상현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처방 면에서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올 하반기 특허가 만료되는 의약품을 보고 있다. 제네릭 시장의 진입으로 인해 DPP-4 억제제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