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과정에서 교수나 선배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당한다면 당사자에게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겠습니다."
올해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한 졸업생의 말이다.
병원 수련과정에서의 폭행 사건은 지난 몇년간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왔다.
광주 A병원, 경기도 B병원 등에서는 레지던트들이 교수의 폭행과 폭언에 반발해 집단으로 병원을 뛰쳐나가는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끊이지 않있다.
수련과정에서의 전공의 선후배간 폭행사건도 다반사였다. 가장 최근에는 광주 모 대학병원 인턴이 전공의의 폭행에 항의해 경찰에 신고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전공의 폭언과 폭행 사건들은 지난 수십년간 계속된 도제식 교육의 산물이었다. 전공의 폭행이 과거보다 급증해 최근 연이어 터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가 개방되고 다변화되면서 젊은 인턴과 전공의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의 교육방식 속의 폭력을 일방적으로 참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하면서 갈등으로 표출된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메디칼타임즈>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의대, 의전원 수석 졸업생 22명을 대상으로 선배나 교수가 폭언이나 폭행을 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절반 이상이 일방적으로 참지 않겠다고 답했다.
병원 수련부서, 전공의협의회 등에 민원을 내겠다는 응답이 9명이었고, 당사자에게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의견도 4명이나 됐다.
관계 유지를 위해 참겠다는 의견은 9명이었다.
많은 젊은 의사들이 합리성이 결여된 행동에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전공의협의회 조사 결과, 윗년차 전공의로부터 맞아봤다는 전공의는 무려 11.8%나 됐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폭행, 폭언 사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폭행, 폭언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젊은 의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를 볼때 앞으로 수련병원에서의 폭행사건이 외부로 표출되는 일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제는 의사사회가 '폭력'이라는 불명예를 벗기 위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료계 한 인사는 "의사 사회가 더이상 병원 내 폭력문제에 둔감해 있거나 묵인해서는 안 된다"면서 "각 수련병원, 의·병협 등도 적극 나서 의료계 윤리기강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