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의사들이 근무지를 선택하는 기준은 조직의 규모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우선순위로 꼽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내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일을 진행하고 마무리하면서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치가 크다는 것이 이들의 주된 답변이었다.
다국적사 A제약의사는 8일 "작년 말 규모가 큰 모 다국적사에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내가 보유한 능력을 보다 발휘하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곳은 근무의사가 나 말고는 없기 때문에 모든 일의 과정을 진두지휘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큰 조직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제약업에 먼저 종사한 선배 의사들에게 배울 점이 많기 때문"이라며 "다만 조직이 크면 역할이 분산되는 경향이 있다. 회사에서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지만 옮기게 됐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20여 년간 2~3곳의 다국적사에 근무하다 5~6년 전 국내사로 자리를 옮긴 B근무의사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그는 "제약사를 비롯해 임상시험기관 등 여러 곳을 거쳤다"고 말문을 연 뒤 "하지만 이곳처럼 자기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맡은 일이 많아 바쁘기도 하지만, 한 가지 프로젝트를 마무리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그 어느 곳보다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의사라는 직종군은 그 어느 집단보다 자존심이 세기 때문에 능력만 된다면 자기중심적으로 조직이 돌아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실제 그는 회사 내에서 마케팅에서 메디칼, 조직관리, 임상시험 등 폭넓은 역할을 맡고 있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었다. 처음에는 큰 조직에 들어가서 업계의 생리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다국적사 C근무의사는 "애초부터 제약의사가 없는 기업에서 일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약사에 오랜 기간 근무하기를 원한다면 처음에는 조직이 큰 곳에서 업계의 생리를 익혀야 한다"며 "자기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나중에 옮겨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