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 제출에 반드시 응해야 하나."
"환자 진료도 바쁜 데 수 많은 자료까지 챙겨야 하느냐."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진료내역 자료제출을 요청한 것과 관련, 일선 의료기관의 항의성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8일 시·도의사회에 따르면 최근 들어 의료기관에 대한 건보공단의 진료내역 자료 제출 요청에 거부감을 느낀 회원들이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건보공단이 요구하는 자료의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그 범위가 폭 넓어 자료를 정리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게 일선 의료기관의 반응이다.
실제로 A정형외과의원 박모 원장이 얼마 전 건보공단 D지사로부터 받은 자료제공 협조요청 목록에는 물리치료사 면허증 사본부터 물리치료 관리대장, 물리치료 오더지, 진료기록부 사본, 본인부담금 수납대장, 근로자 임금 지급대장(사업용계좌 포함)까지 포함됐다.
박 원장은 그래도 나은 편. B내과의원 김모 원장은 건보공단 K지사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할 생각이다.
건보공단은 김 원장에게 본인부담금 수납대장(1일 외래 수납대장), 진료비 명세서, 진료비 상세 내역, 진료비 영수증, 진료기록부, 진료수가표(비급여항목), 수가테이블(보험급여항목) 등을 요구했다.
더불어 2007년~2009년까지 지난 3년간의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원천이행상황신고서, 임금대장, 현금입금장, 은행입금장 등 자료를 요청해왔다.
건보공단 측은 자료 요청 이유에 대해 청구한 요양급여비용 내역 관리 업무에 참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의 업무상 의료기관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수는 있지만 최근 들어 자료 목록이 늘어나자 일선 의료기관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개원가의 불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건보공단의 감시가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는 게 개원의들의 하소연이다.
의료계 일각에선 건보공단 직원들이 실적 쌓기를 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할 정도다.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대표 변호사는 "건보공단의 자료제출 요구는 법률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거부해도 법률상 불이익은 없다"면서 "다만 이를 거부했을 때 건보공단이 해당 의료기관을 현지조사 대상으로 몰아가는 게 아닐까 부담스러워 자료 제출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시·도의사회 관계자는 "건보공단의 자료제출 요구에 당황한 회원들의 문의가 최근 더 늘었다"면서 "의료기관에 대한 감시가 너무 강화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건보공단 한 지사 관계자는 "대다수 의료기관이 적절한 청구를 하고 있지만 일부 그렇지 않은 의료기관을 관리하기 위해 급여청구 내역을 살펴보는 것"이라면서 "이는 매년 시행되는 상시적인 조사에 불과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