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의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방안이 첫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주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외래는 의원, 병원은 입원, 중증환자는 대형병원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것을 큰 뼈대로 하고 있다. 또 종별 기능에 적합한 진료가 이뤄지도록 환자 본인부담금 및 수가체계를 단계적으로 조정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복지부가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방안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난관에 봉착했다. 대형병원 약값 인상안이 보류된 것이다.
약값 인상안은 대형병원에 환자들이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한 것인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원점 재검토 결정이 나온 것이다. 복지부는 애초 가벼운 병으로 대형병원에 가는 환자의 약값을 현행 30%에서 50~60%로 두 배 가까이 올리고, 동네 병원에 가는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30%에서 20%로 낮추는 방안을 심의안건으로 상정했었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강력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이에 따라 약값 인상안은 원점에서 재논의된다. 건정심의 이번 결정은 복지부가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방안을 사전 정지작업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발표했음을 방증한다. 약제비 본인부담금 인상 문제는 지난 1월에도 한차례 시민단체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아무런 대비책도 없이 무작정 건정심에 안건을 들이민 복지부의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대형병원 약값 인상안뿐 아니다. 선택의원제 문제도 그렇다. 이미 개원가는 강력반대 쪽으로 태도를 결정했는데 도대체 어쩌겠다는 것인지 속내를 알 수 없다. 그냥 정책 하나 던져놓고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하는 식의 접근방식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만약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방안이 반대와 논란에 막혀 흐지부지된다면 모든 책임은 늑장과 무대안으로 일관한 복지부가 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복지부는 지금부터라도 쟁점 사안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는데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