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정지 기간 진료한 의사에게 과징금 처분이 내려졌지만 법원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의사가 관련법을 오인해 이런 상황이 빚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부당금액의 5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처분한 것은 재량권을 이탈해 위법하다는 것이다.
지방에서 동네의원을 운영중인 P원장은 최근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복지부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P원장은 2006년 3월 27일부터 6월 15일까지 업무정지 81일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복지부는 P원장이 업무정지 기간인 2006년 11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진료하면서 800여만원의 원외처방전을 발행했다며 5배인 4000여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P원장은 과징금 처분이 억울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은 P원장이 2006년 업무정지처분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P원장은 업무정지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청구하면서 집행정지 신청을 했고, 서울행정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자 다시 진료에 들어갔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이 2006년 11월 P원장의 업무정지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함에 따라 그 다음날부터 업무정지처분의 효력이 발생했다.
문제는 P원장의 변호사가 항소하면서 업무정지처분에 대해 별도의 집행정지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P원장은 집행정지신청을 하지 않은 사실을 모른 채 진료를 하면서 약국에 원외처방전을 발급했고, 심평원에 11월분 요양급여를 청구하기까지 했다.
P원장은 심평원이 청구내역에 대해 지급불능 처리하자, 경위를 확인하다가 자신의 변호사가 업무정지처분에 대해 집행정지신청을 하지 않은 사정을 알게 됐고, 그 즉시 진료를 중단했다.
또 그는 2006년 12월부터 2007년 2월 2일까지 요양급여를 청구하지 않고, 인근 약국을 찾아다니며 약제비를 직접 지불하는 등 건강보험공단의 부담이 추가되지 않도록 동분서주했지만 과징금 처분을 피할 수 없었다.
P원장은 소장에서 "처분의 집행정지신청을 하지 않은 사실을 안 뒤 즉시 진료를 중단했고, 업무정지 기간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것이 원고의 과실에 기인한 것도 아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와 함께 P원장은 "업무정지 기간 중 진료를 한 것을 인지하고 병원 인근 약국을 찾아다니며 약제비를 직접 지불하는 등 공단의 부담이 추가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복지부의 과징금은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가 아무런 고의 없이 업무정지 기간 중 요양급여 업무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부당한 요양급여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복지부가 '업무정지처분 및 과징금 부과 기준' 규정에 따라 원고에게 최고액수의 과징금 처분을 내린 것은 과도해 재량권을 일탈했거나 남용한 위법이라고 못 박았다.
P원장이 허위 자료를 제출했거나 사실을 은폐하는 등의 방법으로 복지부를 적극적으로 기망한 게 아니라 업무정지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결정의 효력과 기간 등에 대한 오인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P원장이 업무정지 기간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바로 진료를 중지했고, 원외처방전으로 인한 약제비를 직접 약국에 지불하고 요양급여를 청구하지 않도록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