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내몽골 지역의 초봄과 가을을 뒤덮는 황사가 사람에게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기도 하고 악화시키기도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는 황사의 위해성에 대해 전문가들조차도 "호흡기 계통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수준의 추정을 해 왔지만 실제로 황사가 감기 발생에 직접 작용한다는 의학적 증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장용주 교수팀은 환경 및 대기오염에 관한 세계적으로 우수한 저널인 흡입 독성학(Inhalation Toxicology) 최신호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해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실험은 인체에서 황사와 가장 흔한 감기 바이러스인 리노바이러스(rhinovirus)와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첫 번째 연구 단계로서 황사 입자에 노출된 코 점막 상피세포에서 리노바이러스의 감염 및 염증 반응에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를 관찰했다.
장용주 교수는 이번 연구를 위해 사람의 코 점막에서 상피세포를 취득한 후 이 세포를 배양했다.
또 이를 ▲실험의 기본 대조군인 일반 코 점막 상피세포(대조군) ▲황사미세먼지에 노출된 코 점막 상피세포 ▲리노바이러스에 노출된 코 점막 상피세포 ▲리노바이러스에 감염시킨 후 황사미세먼지를 노출시킨 코 점막 상피세포, 이와 같이 대조군과 3개의 실험군을 만들었다.
각 군에서 리노바이러스에 의한 감기의 발생과 관련된 주된 염증 매개 물질인 IFN-γ, IL-1β, IL-6, IL-8의 mRNA와 분비량을 측정했다.
이 물질들은 바이러스에 공격을 막아주는 염증 매개 물질로서 감기에 걸렸을 때 방어 기능을 활발히 하기 위해 자신과 똑같은 염증 매개 물질을 많이 복제해 내고 분비량도 증가하는 원리를 이용해 연구했다.
즉, 복제율과 분비량이 올라갔다는 것은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이며, 수치가 높을수록 증상이 더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험 결과 어떤 것에도 감염되지 않은 코 점막 상피세포에서 염증 매개 물질의 복제율을 100%로 보았을 때, 황사에만 노출된 세포에서는 140~175%, 감기바이러스만 노출된 경우는 123~164%를 보였다.
특히, 감기 바이러스 감염 후 황사를 노출시킨 경우에는 151~337%를 보여 아무 것도 노출되지 않은 상피세포에 비해 약 2~3배 정도 많은 염증 매개 물질을 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각 염증 매개 물질들의 분비량을 측정했을 때도 각각 황사와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된 경우 분비량이 증가했고, 그 보다는 감기 바이러스 감염 후 황사 미세먼지에 노출된 실험군에서 대조군에 비해 분비량이 2배 이상 증가된 것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황사와 감기 바이러스 모두에 노출된 경우 감기 바이러스만 노출된 경우에 비해 감기 바이러스의 증식이 약 27.5 배 증가해 황사가 감기 바이러스의 증식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같은 결과는 황사에만 노출되더라도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며 감기 환자가 황사에 노출되면 증상이 심해질 뿐 아니라 회복도 느려 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장용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감기와 황사의 관계에 대한 최초의 연구로 그 의미가 크며 지금까지 추측으로만 알려져 왔던 황사의 호흡기 건강, 특히 감기에 대한 악영향이 명백하게 밝혀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