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신약 잔혹사 재현되나?
보령제약이 개발한 국산 15호 고혈압신약 '카나브'가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첫달 원외처방조제액(자료 UBIST)이 2억원에 그친 것.
발매 당시 ARB계열 고혈압 시장(약 7000억원)의 10%를 점하겠다는 회사측의 꿈이 보기좋게 무너진 것이다. 첫달 성적만 보면 말이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는 또 다시 국산 신약의 잔혹사가 재현될 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카나브' 바로 전에 개발된 국산 14호 신약 '놀텍'은 월 처방액이 1억~2억원에 그치며, 관련 시장에서 미미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앞서 출시한 또 다른 국산신약 '레바넥스'(9호), '레보비르'(11호), '펠루비'(12호), '엠빅스'(13호) 등은 한술 더 떠 성장이 정체됐거나 역신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산 1~8호 신약은 더욱 비참하다.
미 FDA 승인까지 받은 '팩티브'는 전 세계 매출액이 약 150억원에 불과하고, 7호 신약 '슈도박신'은 판매 실적 부진 등의 이유로 자진 취하한 상태다.
그나마 '자이데나'만이 200억원 가량의 처방액을 발생시키는 정도다.
한 국내제약사 임원은 "국산신약 중 가장 큰 시장에 도전하는 '카나브' 역시 다국적사 오리지널을 넘기는 힘들었다"며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올해 50억원을 넘길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카나브'에 대해 "초라한 데뷔였다"고 짧게 평했다.
하지만 보령측의 생각은 달랐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고 했다.
보령제약 고위 임원은 "3월만 도매상에 들어간 약이 26억원이 된다. 5월~6월이면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의사들 사이에서 국산 고혈압 신약을 써보고 싶은 호기심이 많다. 입소문도 조금씩 퍼지는 상태"라고 답했다.
하반기부터 발생하는 종합병원 처방도 믿는 구석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는 의원급 시장에서만 약이 처방되지만, 하반기에는 종합병원에서도 처방이 나온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150억원 안팎이 첫해 성적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산 신약 중 최대 시장에 도전하는 '카나브'가 초반 부진을 털고, 비상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