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균기 시장의 다윗이 되겠습니다. 골리앗을 쓰러뜨릴 각오가 돼 있습니다."
100리터급 대형멸균기 시장에 당차게 출사표를 던진 회사가 있다. 바로 리노셈이다.
감염 관리 전문 기업을 모토로 2007년 설립된 국내 중소 업체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올해 안에 대형 멸균기 시장에서 세계 3위권 진입이라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다.
자본금 3억원으로 시작했지만 지난 해 인피니트에 인수 합병된 후 매출은 10억원 고지를 넘어섰다. 올해는 130리터 급 대용량 플라즈마 멸균기를 앞세워 25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세계 대형멸균기 시장의 98%를 장악하고 있는 회사는 글로벌 기업 존슨앤존스사다. 국내서도 시장 장악력이 높아 결코 뚫리지 않는 '철옹성'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만만한 싸움이 아니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리노셈은 대형 멸균기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기로 결정했다.
"연구소장과 함께 연구소에 마련된 간이식 침대에서 1년 간 버텼습니다. 글로벌 기업이 떡 하니 버티고 있는 분야에 진출한다는 데 부담감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멸균력에 대한 원천 기술을 확보하니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정부 산하 과학 기술 연구원 출신인 이광식 대표의 전공은 플라즈마. 가장 잘 아는 분야를 "구워 삶으면 뭔가 되겠다"는 감이 왔다고 한다.
올해 3월 출시한 플라즈마 방식의 S130 모델은 1년간 이광식 대표가 밤잠 줄여가며 매달린 끝에 이뤄낸 결과물이다.
현재 스팀 멸균기 분야에서는 한쪽 관이 막힌 기구의 멸균력을 측정하는 PCD 측정 기준이 있지만 플라즈마 방식에는 전무한 상황.
국내 플라즈마 방식의 멸균기에서 한쪽 관이 막힌 기구를 멸균할 수 있는 기기는 리노셈의 S130이 유일하다.
전 세계를 통틀어도 겨우 해외의 한 업체만이 한쪽 관이 막힌 기구를 멸균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지만 이마저도 리노셈의 기술력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다.
타 업체는 41mm 지름의 관만 멸균이 가능하지만 리노셈의 S130은 지름 2파이, 길이 1.5m의 관도 멸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리노셈은 이런 멸균 기술 확보를 바탕으로 플라즈마 방식에서도 멸균력 측정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식약청에 요구하고 있다.
S130이 카테터나 내시경 등 한쪽 관이 막힌 의료기구의 멸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장 반응도 괜찮게 나오고 있다.
4개월 전에는 멸균기 분야 중소기업 기술 혁신 개발 과제에 선정돼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이광식 대표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다윗'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처음엔 중소병원 위주의 중소형 멸균기를 만들었지만 이젠 대형 멸균기에서 진검 승부를 펼칠 것입니다. 글로벌 기업과 싸우려면 가격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있지요.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글로벌 기업과 한판 붙을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