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작년 말부터 시행된 쌍벌제, 시장형 실거래가제 등으로 올 1분기 실적이 크게 나빠질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정도가 생각보다 심각했다.
시장형 실거래가제 등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과 '마녀사냥 식' 리베이트 조사로 영업활동이 사실상 마비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빅5 제약사(매출액 기준)들의 올 1분기 실적은 약속이나 한듯 모두 부진했다.
업계 1위 동아제약도 예외는 아니었다.
매출액(2102억원)-영업이익(303억원)-순이익(203억원)이 모두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늘었으나, 성장폭이 적었다. 각각 4.5%, 5.5%, 1.3% 소폭 증가했다.
회사측은 "정부의 강력한 리베이트 단속으로 당분간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향후 힘겨운 싸움을 예고했다. 업계에서 45년간 1위를 지키고 있는 동아마저 앞날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지 못한 것이다.
한때 업계 1위를 넘보던 유한과 한미도 부진했다. 유한은 영업이익이 급감했고, 한미는 매출액이 4년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유한은 메로펜, 나조넥스 등 제네릭 경쟁에 직면한 기존 주력 품목이 큰 폭의 매출액 감소로, 매출액(1642억원)은 전년동기대비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영업이익(171억원)은 무려 35.6%가 감소했다.
한미는 매출액(1269억원)이 4년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전기와 비교해도 두 자릿수(-11.6%) 이상 줄었다.
작년 의료계로부터 쌍벌제 도입에 앞장섰다는 의혹을 받으며, 특히 의원급 시장에서 한미약 불매운동 등의 역풍에 맞은 후유증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모습이다. 다만 영업이익(33억원)은 3분기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작년 큰 성장으로 업계 2위와 3위에 올랐던 녹십자와 대웅도 사정은 마찬가지.
녹십자의 매출액(1562억원)과 영업이익(166억원)은 전년동기대비 45.5%, 81.1% 급감했다. 작년 일회성으로 반영됐던 신종플루 매출이 빠졌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이번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에서 감소한 수치이지만, 신종플루 백신의 일회성 매출에 따른 역기저 효과를 제외하면 약 20% 성장한 분기 매출액을 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웅은 매출액이 제자리걸음을 보였고, 영업이익은 급감했다.
1729억원의 매출은 작년(1727억원)과 비슷했고, 영업이익(172억원)은 작년(302억원)보다 42.8% 줄었다.
대웅은 작년부터 3월에서 12월 결산으로 변경돼 이번 실적비교는 올 1~3월과 작년 4~6월의 성적을 비교했다.
이와 관련 한 상위제약 사장은 "최근 발표된 제약사별 1분기 실적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부진한 모습이 많았다. (작년 10월 시행된)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쌍벌제도 마찬가지다. 계속적인 약가인하 정책 때문"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어 "올 1분기만 해도 이 정도인데, 내년에는 기업 존립 자체를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또 다시 약가인하를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보건 주권이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약업계의 시름이 날로 깊어지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