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받거나 무언가에 신경을 쓰면 배가 아픈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연간 5854억원의 의료비가 지출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보의연·원장 허대석)은 비교적 흔한 기능성 위장장애의 하나인 과민성 장 증후군의 사회경제적 부담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13일 결과를 발표했다.
과민성 장 증후군은 일반적인 혈액검사나 장내시경 검사에 이상소견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배가 아프거나 불쾌한 증상이 반복되고 설사나 변비 등의 배변장애가 생겨 불편을 겪게 되는 대표적인 만성 기능성 위장관 질환이다.
보의연이 2008년 심평원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15세 이상 국민 중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람은 100명 중 6명꼴이었다.
이는 한 해 동안 병의원을 1회 이상 이용한 사람 중 6.8%에 해당한다.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3회 이상 외래진료를 받거나 입원을 경험한 환자도 100명당 1.2명이었으며 여성이 남성에 비해 1.4배 더 많고 나이가 들수록 증가했다.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의 87.6%는 약을 처방받았고 이들이 처방받은 약의 수는 평균 5.5개였다.
이로 인한 의료비용도 무시 못 할 수준이었다.
2008년 한 해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인한 의료비는 5854억원(5563억~6406억원)으로 추정됐다.
이중 보건의료서비스와 약국 비용 등을 합산한 의료비용이 3499억원, 교통비용이 903억원 등 직접비용이 4402억 원이었고, 의료이용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비용이 1452억 원이었다.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건강보조기기 등 비공식적 의료비용을 포함하면 7296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보의연이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진단된 환자 273명을 대상으로 삶의 질 평가도구인 EQ-5D를 측정한 결과 이들의 삶의 질 수준은 0.889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제3기(2005) 자료와 비교했을 때 치질(0.925), 아토피 피부염(0.924), 위십이지장궤양(0.901)보다도 낮다.
응답자의 6%는 지난 3개월간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직장에 3일 이상 나가지 못했으며, 10.8%는 일을 하는데 상당한 지장을 받았다.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들의 진료만족도와 질환에 대한 정보만족도는 각각 5.8점, 6.1점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이는 기능성 질환에 대한 이해 부족과 정확한 정보 부재와 관련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게 보의연의 설명이다.
연구책임자인 최명규(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과민성 장 증후군은 기능성 질환으로 그동안 다른 질환에 비해 사회경제적 부담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사회경제적 부담이 큰 질환임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또 최 교수는 "기능성 질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한 정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 교수는 "구체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진단, 치료 및 관리에 대한 지침 제정과 교육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근거창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최 교수는 질병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