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수익이 난다 싶으면 모조리 깍아버리는데 어느 누가 연구할 의욕이 나겠습니까."
세계 유수 학술지에 수십편의 논문을 발표한 모 대학병원 A교수의 말이다. 최근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지키기 위해 수가 인하에 불을 붙이자 연구 교수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미래의 수익성을 바라보며 진행하는 연구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비판이다.
A교수는 16일 "사실 BT 등 연구기반 사업은 미래가치가 담보돼야 진행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수가 인하 일변도로 나가다가는 연구에 손대는 교수가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가 일례로 든 것은 최근 단행된 CT, MRI 수가 인하다. 이로 인해 영상장비 국산화는 물 건너간 이야기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일부 대기업 등이 영상장비 국산화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었다"며 "하지만 과연 그들이 이를 지속적으로 끌고 나갈지 미지수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어느 병원이 보다 나은 화질을 위해 영상장비를 업그레이드 하겠느냐"며 "결국 이를 연구하고 개발하던 기업과 교수들은 사업을 백지화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병원 병리과 B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지난해 병리 수가 인하로 이미 많은 연구가 물거품이 됐다는 것이다.
B교수는 "가뜩이나 어려움 병리과의 수가가 깎이면서 그나마 지원되던 연구비가 급격히 줄었다"며 "또한 맡기로 했던 연구과제도 예산이 크게 줄은 것도 많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정부가 수가 인하와 연구활성화라는 배치되는 목표를 동시에 가져가려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은 최대한 아끼면서 BT 등의 연구는 크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C대학병원 부원장은 "정부가 모든 연구 예산을 지원해 주지도 않으면서 조금이라도 병원에 수익이 생긴다 싶으면 모조리 가져가니 어느 병원이 연구를 할 수 있겠냐"며 "이러한 상황에서 연구중심병원을 운운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털어놨다.